우리 경제가 투자부진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은 좌파정책이나 반미주의가 아니라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신장섭 교수는 이같은 내용의 ‘기업집단과 경제정책’이란 논문을 25일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주최하는 ‘중진국 함정 속의 한국경제’ 토론회에서 발표한다. 신 교수는 미국식 교육에 젖은 경제엘리트들이 신자유주의를 서투르게 도입, 한국경제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집단 재벌’ 일부 긍정적 평가
신장섭 교수 신장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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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교수
신장섭 교수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로 각광받던 재벌은 IMF 위기 직후 ‘부채를 잔뜩 짊어진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부정적 문구와 동의어가 됐다. 이 때문에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재벌개혁이다. 신 교수는 그러나 재벌을 ‘기업집단’으로 개념화한 뒤 ▲초기자본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내부거래 등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진국에 비해 자본과 기술에서 열세에 놓인 후진국으로서는 그나마 있는 자본과 기술이라도 한데 모아 효율적으로 쓰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거래를 악으로 규정하는 재벌개혁론과 달리 신 교수는 내부거래를 재벌의 ‘존재이유’로 파악했다. 재벌들에게 차관을 집중적으로 뿌려줘 경제성장을 이끌어 갔던 박정희시대 프로젝트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도 난점은 있다. 이 모델의 현실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재벌체제가 낳은 갖가지 부작용까지 모두 정당화할 수 있다. 신 교수 역시 내부거래가 지나치면 “새로운 사업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기업집단의 확장이 “정부와 특수관계에 바탕을 두면 해당 기업집단은 성장하더라도 국민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유착, 개발독재를 정확히 짚는 언급이다.
그렇다면 재벌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신 교수는 우선 재벌 확장을 막는 각종 금융규제를 철폐해 산업금융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내부거래를 허용하되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일정 수준에 머물러야 하고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고 감사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슷한 논지를 펴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광범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장 교수는 순환출자 대신 일본처럼 연기금, 노조, 하청업체 등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성장 잠재력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재벌확장 막는 금융규제 철폐 주장도
두 교수의 이런 논지는 자본시장 개방 이래 불거지고 있는 소버린 사태, 주주자본주의 바탕 아래 이뤄진 참여연대식 소액주주운동의 적합성,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고배당 행진,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문제 등 최근의 경제이슈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관심있게 지켜볼 만한 문제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이런 주장이 자칭 ‘한국의 경제성장론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대목이다. 분배보다 성장이 우선이라던 몇몇 언론에 그의 주장은 아예 빠져 있거나, 포함됐더라도 재벌옹호론의 일면적인 모습에만 그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2-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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