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 속 한자이야기] (55)

[儒林 속 한자이야기] (55)

입력 2005-01-22 00:00
수정 20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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繼母(계모)

儒林 262에는 繼母(이을 계/어미 모)가 나오는데,繼母란 正室(정실)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後娶(후취)인 ‘의붓어머니’를 일컫는다.

繼자는 ‘잇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실을 이어 놓은 모습을 본뜬 象形(상형)에 속한다. 후에 그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나타내기 위해 ‘(실 사)’를 첨가하였고,‘이어받다.’‘이어지다.’의 뜻이 派生(파생)되었다.

母자는 ‘女(계집 녀)’를 기본으로 가운데 두 점이 있는데,女는 여성의 뜻이며 두 점은 두 팔로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 혹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양이라고도 한다. 두 점(乳頭·유두)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의 象徵(상징)이라는 데에서 ‘어머니’의 뜻을 類推(유추)한 것이다.

어머니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다. 중국 南朝(남조) 宋(송)나라의 劉義慶(유의경:AD 403∼444)이 편찬한 世說新語(세설신어)에는 애끊는 母性愛(모성애)를 그린 ‘斷腸(끊을 단/창자 장)’이라는 故事(고사)가 전한다.

제나라의 桓公(환공)이 蜀(촉)나라로 들어가는 길에 三峽(삼협)이라는 곳에 당도할 무렵 어떤 병사가 원숭이 새끼를 한 마리 사로잡았다. 어미 원숭이가 구슬피 울며 배가 지나가는 沿岸(연안)을 따라 백여 리를 쫓아왔다. 배가 협곡에 이르자 그 원숭이는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다. 자식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애태우며 달려온 원숭이는 배에 오르자마자 죽고 말았다. 병사들이 죽은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이 창자를 끊은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적 특성인 禮(예)는 恭敬(공경)과 配慮(배려)의 마음을 分(분)과 和(화)라는 방법으로 發顯(발현)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服喪(복상)의 문제 가운데 이른바 ‘八母(팔모)’를 구분하여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팔모 가운데 ‘繼母’는 正室(정실)의 아들이 아버지의 後娶(후취)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중국 고대의 三皇五帝(삼황오제) 가운데 한 분인 舜(순) 임금의 繼母는 콩쥐의 繼母를 凌駕(능가)하는 표독한 여인이었다.

숯을 굽던 無名(무명)의 시골 청년이 堯(요)임금의 後繼者(후계자)로 발탁된 것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극한 효성을 발휘한 인간성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우둔한 性品(성품)을 지닌 장님,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한 여인은 모진 성품의 繼母, 매우 심술궂은 異腹(이복) 동생 象(상)이 가족의 일원이었다.

계모는 나날이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는 순을 猜忌(시기)하여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이 짧은 아버지는 이미 계모와 한통속이었다. 어느날 아버지 고수는 순으로 하여금 지붕에 올라가 비가 새는 곳을 수리하라 해놓고는 사다리를 치우고 불을 질렀다. 그러나 순은 機智(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謀免(모면)하였다. 계모의 陰謀(음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舜이 청소를 위해 우물 속으로 들어가자 남편을 부추겨 우물 뚜껑을 닫아버렸다. 다행히 순은 손에 들려 있는 삽으로 통로를 만들어 탈출에 성공하였다. 그 후로도 가족이 모질게 대할수록 순의 孝誠(효성)은 더욱 지극해질 뿐이었다. 이러한 순의 孝誠(효성)과 友愛(우애)는 단절된 가족간의 信賴(신뢰) 회복을 넘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기에 충분하였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2005-01-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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