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11시 예술의 전당 주부들이 모인 까닭은?

오전11시 예술의 전당 주부들이 모인 까닭은?

입력 2004-12-14 00:00
수정 2004-12-1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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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둘째주 목요일. 오전 10시가 좀 넘으면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에는 ‘난리’가 난다. 지난 9월부터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클래식 공연 ‘11시 콘서트’를 찾은 주부관객들 때문이다.

지난 9일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공연시간을 30여분쯤 남겨놓고 콘서트홀 로비는 중년여성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격식을 갖춰 차려입은 이들에서 가볍게 캐주얼 차림인 이들까지. 삼삼오오 모여 서서 왁자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하면, 군데군데서는 가볍게 다과를 즐기며 막오르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어딜가나 흥분으로 들떠있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지난 9일 열린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지난 9일 열린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지난 9일 열린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객석 모습. 주부관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경기도 죽전에서 친구 둘과 함께 왔다는 주부 김희숙(40)씨는 “공연이 인기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10월 말 일찌거니 티켓을 예매해둬야 했다.”면서 “집안일에 묶여 ‘그림의 떡’이던 클래식 라이브 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기대만큼 무대가 알차면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침과 점심시간을 걸쳐 열리는 일명 ‘브런치 콘서트’.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뒤 귀가하기까지의 시간대에 맞춘 ‘틈새 콘서트’는 저녁시간을 비울 수 없는 주부들이 반색할 만도 하다.

1,2부로 나뉘어 두시간여 진행되는 무대의 객석반응도 뜨거웠다. 예술의전당 김용배(피아니스트)사장이 중간중간 해설을 곁들인 이날 레퍼토리는 그로페 ‘그랜드 캐년’ 모음곡과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제2번,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 등(지휘 김봉,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드보르작이 교향곡에는 잘 쓰지 않는 잉글리시호른을 쓴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오보에를 쓸 때보다 훨씬 더 목가적입니다. 자, 비교해서 한번 들어볼까요?” 친절한 해설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거나 웃음으로 화답하는 등 관객들은 내내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는 지난 5월 부임한 김용배 사장. 첫회인 지난 9월 관객 1500여명이 찾았으나,11월부터는 무대 뒤 합창석까지 2580여석의 객석이 완전매진됐다. 예술의전당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관객들 가운데는 9월부터 지금까지 모임을 만들어 매번 참석하는 이들도 많다.”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부부동반 관객들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1만 5000원. 클래식 공연치고는 저렴한 티켓가격도 매진의 한 배경이 됐다. 예술의전당은 콘서트홀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는 새해 1월부터는 무대를 오페라극장으로 옮겨 콘서트의 열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1월27일 ‘11시 콘서트’는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 등으로 꾸며진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12-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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