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칸 심사위원 대상 ‘우작’

2003년 칸 심사위원 대상 ‘우작’

입력 2004-11-05 00:00
수정 2004-11-0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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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의 속도를 비웃듯 긴 호흡으로 끌어가는 롱테이크 화면. 처음엔 지루한 듯하지만 이내 우리가 품고사는 무기력한 일상의 유머러스함에 흠칫 놀라게 된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처럼 프레임 속의 정물들은 아름답고도 정적인 구도를 지니지만, 그 안엔 날카롭게 동시대의 얼굴을 담아내는 영화.5일 코엑스아트홀에서 개봉하는 ‘우작’(Uzak)은 드문 미학적 형식으로 열정을 잃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정수리를 콕 찌르는 작품이다.

영화 '우작'
영화 '우작' 영화 '우작'
아내와 헤어진 뒤 정부에게서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가는 중년의 사진작가 마흐무트(무자파 오즈데밀). 어느날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사촌동생 유스프(에민 토팍)가 올라오면서 둘의 사소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집을 어지럽히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유스프에게 신경질만 쌓여가는 마흐무트. 하지만 동생만 방에 들어가면 몰래 포르노를 지켜보거나 숨어서 동생을 훔쳐보는 인간에 불과하다. 유스프 역시 순박하지만 구직활동도 변변찮고 여자 뒤꽁무니나 좇는다.

“넌 타르코프스키 같은 사진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곤 했지. 왜 그 때의 열정을 지우려고 하니? 넌 네 이상을 죽일 자격이 없어.” 마흐무트를 향한 한 친구의 대사는 모든 상황을 압축한다. 세상과 삶에 대한 열정과 이상을 잃어버린 사람들. 영화는 그들의 얼굴에 스민 피곤함과 지루함을 슬프고도 우스꽝스럽게 지켜본다. 이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동생을 은근히 시계도둑으로 몰고, 아내까지 다른 남자와 외국으로 떠난 뒤 혼자 남은 마흐무트. 벤치에 앉아 오래도록 바닷가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만으로도 관객의 가슴에 깊은 각인을 남길 영화다.‘우작’은 터키어로 ‘아득히 먼’이란 뜻. 지난해 칸영화제는 이 작품에 심사위원 대상과 두 배우에게 공동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11-0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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