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량학살의 시대/사만다 파워 지음

미국과 대량학살의 시대/사만다 파워 지음

입력 2004-10-30 00:00
수정 200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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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군인들에게 끌려가 ‘실종된’ 가족…
이라크 군인들에게 끌려가 ‘실종된’ 가족… 이라크 군인들에게 끌려가 ‘실종된’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쿠르드족 여인.
1992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보스니아의 대량 학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우리는 군사력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을 회복하기 위해 저라면 공군을 파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클린턴은 대통령이 된 뒤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을 뿐더러, 이미 대통령이 된 자신에게 어떤 정치적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2003년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과 대량학살의 시대’(사만다 파워 지음, 김보영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세계의 리더이며 세계 경찰국임을 자처하는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대량 학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여준다.

●나치 홀로코스트서 코소보사태까지

나치의 홀로코스트(1939∼1945)에서부터 냉전 시기에 일어난 캄보디아 사태(1975∼1979), 이라크 학살(1987∼1988), 보스니아 학살(1992∼1995), 르완다 사태(1994), 코소보 사태(1998∼1999)에 이르기까지 대량 학살의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하버드대 존 F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인권과 미국 외교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대량 학살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책임을 이해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나 혹은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주요 인물 300여명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의 관료와 의회의 입법의원이었다. 보스니아, 코소보, 르완다 등의 학살 현장도 직접 찾아 난민들은 물론 범죄자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탄자니아의 유엔 재판소,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재판소, 미국 국가안보문서보관서에서 기밀이 해제된 문서와 기록을 샅샅이 검토했다. 저자는 이같은 현장 이야기와 새로운 정보를 기초로 여러 학살 사건의 동기와 인물들, 상호작용에 대해 생생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인간을 말살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모든 문화적 흔적을 순식간에 파괴하는 제노사이드, 즉 대량학살을 방관하는가. 가장 흔한 답변은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 관리들은 끊임없이 고위 정책결정자들에게 대량 학살의 초기 경고와 학살 진행 과정의 살아있는 정보를 주입해 주었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신문이 제공했다.

●미 관리들 끊임없이 정보제공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명이다. 제노사이드의 잔인함은 일상 경험에서는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억지처럼 들리고 입증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사실로 판명되었다. 미국 관리들이 ‘부정의 안개’ 속에서 대피처를 찾거나, 무반응과 지연의 구실로 ‘확실성’을 을 언급했던 것은 그렇게 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손실과 이익의 무게를 비공개적으로 명백히 가늠해 본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정책결정자들이 만들어낸 구체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면서도 제노사이드를 허용했다는 도덕적인 오명도 피하기를 원했다. 대체로 미국은 그 목표를 성취했다.

미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이 책은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인권은 무시한 채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외정책은 세계 정세를 읽는 지침이 될 만하다.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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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기자 jshwang@seoul.co.kr
2004-10-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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