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소 철학적인 내용, 펜으로 대충 그린 듯한 그림. 일본 동화작가 사노 요코의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알록달록 천연색으로 치장한 달착지근한 그림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읽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아무 느낌도 없고,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맛있는 빵 냄새가 나도 먹고 싶지 않고, 모기에게 물려도 가렵지 않다. 강아지가 팔을 물어도 조금도 아프지 않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심드렁하게 여기던 이 아이가 갑자기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린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치료를 받는 걸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입밖으로 낸 말이 ‘엄마’인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태어난 아이는 이제 빵 냄새를 맡으면 배가 고프고, 바람이 불면 혼자서 크게 웃기도 한다.
“이제 나 잘래. 태어난다는 건, 참 피곤한 것 같아.” 힘든 하루를 보낸 아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든다. 태어나기 전, 무뚝뚝하고 불만투성이였던 아이의 표정은 어느새 한없이 평화로워졌다. 유아용.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아무 느낌도 없고,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맛있는 빵 냄새가 나도 먹고 싶지 않고, 모기에게 물려도 가렵지 않다. 강아지가 팔을 물어도 조금도 아프지 않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심드렁하게 여기던 이 아이가 갑자기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강아지에게 엉덩이를 물린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치료를 받는 걸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입밖으로 낸 말이 ‘엄마’인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태어난 아이는 이제 빵 냄새를 맡으면 배가 고프고, 바람이 불면 혼자서 크게 웃기도 한다.
“이제 나 잘래. 태어난다는 건, 참 피곤한 것 같아.” 힘든 하루를 보낸 아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든다. 태어나기 전, 무뚝뚝하고 불만투성이였던 아이의 표정은 어느새 한없이 평화로워졌다. 유아용.9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4-10-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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