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 서울의 시인/권오만 엮음

서울의 시, 서울의 시인/권오만 엮음

입력 2004-08-26 00:00
수정 2004-08-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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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계에 있어서 공간 배경이 작품의 근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시의 세계에서는 더욱 그 경향이 짙다.

권오만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의 ‘서울의 시,서울의 시인들’(혜안 펴냄)은 거대도시 서울의 공간적 이미지가 시작(詩作)에서 어떻게 투사돼 왔는지를 조명한 비평서다.

책은 일제강점기에 주목했다.분석목록에 든 근대 ‘서울 詩’는 31편.그들 시에서 서울은 현실 발언보다는 서정시의 공간적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서울의 모습이 투영된 최초의 근대시는 최남선의 산문시 ‘천주당의 층층대’(1910년 ‘소년’ 8월호).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북달은재(鐘峴) 천주당(天主堂)의 층층대를 올라가는 촌부자(村夫子)가 있다.(…)집도 높기도 하지! 어찌하면 저렇게 짓노! 저 속에는 무슨 영특한 물건이 들어앉았노? 굉장하렷다?” 지금도 그때 모습 그대로인 명동 천주교당의 풍경이다.

많지 않은 작품 편수에 비해 서울을 자주 인용하기로는 이상화가 꼽힌다.‘가상(街相)’‘달밤-도회(都會)’‘초혼(招魂)’ 등 3편이 빼어난 서정미를 보여준 그의 서울 시다.

신석정이 당시 흑석동에 살고 있던 서정주에게 보낸 ‘흑석고개로 보내는 시’(1943년)에는 일제 암흑기 압살의 흔적이 여실하다.“흑석고개는 어늬 두메 산골인가/서울에서도 한강/한강 건너 산을 넘어가야 한다드고//(…)//정주여/나 또한 흰 복사꽃 지듯 곱게 죽어갈 수도 없거늘/이 어둔 하늘을 무릅쓴 채/너와 같이 살으리라/나 또한 징글징글하게 살어보리라.”

책은 단순히 서울의 한 귀퉁이가 묘사된 시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8년이나 선배인 신석정이 후배인 서정주에게 띄운 이례적 형태의 ‘헌정시’라는 점에서도 문학사적 의미를 더한다.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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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4-08-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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