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5일 개봉 ‘분신사바’ 극장판 ‘전설의 고향’

새달5일 개봉 ‘분신사바’ 극장판 ‘전설의 고향’

입력 2004-07-30 00:00
수정 200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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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폰’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국내에 공포영화 붐을 일으켰던 안병기 감독의 세번째 작품 ‘분신사바’(제작 토일렛 픽쳐스·새달 5일 개봉).하지만 이번 영화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왔던 감독의 전작에 한참 못 미친다.“정통 공포영화의 작법에 충실하고 싶었다.”는 의도는 좋아보이지만,지나치게 고전적인 분위기가 요즘 관객의 감성과 어긋나 있다.

공포를 통해 인간의 위선을 슬쩍슬쩍 들춰내는 감독의 주특기는 여전하다.

초반부의 무대는 미술교사 은주(김규리)가 새로 부임한 한 시골 여고.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유진(이세은)은 분신사바 주문으로 저주를 내리고,그를 괴롭혔던 친구들이 차례로 머리에 불을 지르며 죽는다.살인을 불러왔다는 이유로 유진을 더더욱 고립시키는 학생들.흰 교복에 경직된 표정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에 묻어난 섬짓한 공포는,획일화된 교육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샛길로 빠진다.유진에게 씌워진 귀신은 30년전 ‘왕따’를 당하다 죽은 인숙(이유리).당시 함께 죽은 인숙의 엄마 귀신까지 등장하면서,영화는 ‘한 마을에 맺힌 두 모녀의 원한과 복수’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학교 대신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영화는 현실과 연결된 끈을 놓아버린다.두 모녀를 몰아내는 30년전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KKK단이나 중세의 마녀사냥과 닮아 생뚱맞고,한을 품은 여인들의 복수는 ‘전설의 고향’의 다른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불이 나는 장면 등 스펙터클한 화면을 살리느라 비밀을 캐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편집하지 못한 것도 문제.갑자기 사라진 유진,뭔가 비밀을 밝힐 것 같던 최면술사의 죽음 등 명쾌하지 못한 장면이 너무 많다.

긴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리고 눈을 치켜뜬 ‘한국형’귀신의 모습도 처음엔 무섭지만,너무 자주 등장해 후반부에 가서는 ‘또,나왔어?’라는 식상함과 함께 공포감을 반감시킨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4-0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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