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공자는 제나라에 망명하여온 후 순임금이 작곡한 음악 소에 빠져 석 달 동안이나 고기 맛을 잊을 정도로 한적한 생활을 보냈으나 소기의 목적대로 경공은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자의 행동은 낱낱이 안영에게 보고되고 있었다.안영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어 공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공 또한 공자의 소문을 듣고 있었고 만나고 싶어하였으나 이를 제지하는 안영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안영에게 불평을 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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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국내에 들어온 지 벌써 수개월이 지났으며,대부 고소자를 통해 몇 번이나 만나자는 간청을 해왔는데도 어찌하여 그대는 공자를 못 만나게 하고 있는가.”
‘사기’에 의하면 경공은 평소에 공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따라서 경공은 공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안영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안영은 의외로 완강하게 이를 거절하여 말하였다.안영이 노나라에서 온 공자를 경계하였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찍이 노나라의 소공이 삼환씨와 싸우다 패하여 제나라로 망명해 오자 경공은 소공에게 물어 말하였다.
“젊은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났는데,왜 그렇게 되었는지 반성해 보셨습니까.”
이에 결국 무능한 정치력에 의해서 왕위에서 쫓겨나 도망쳐온 소공이 대답하였다.
“저는 젊은 나이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그들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였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간하였습니다만 저는 그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았습니다.때문에 저를 도와주거나 충성을 하려는 사람들이 차츰 줄어들었습니다.다만 주위에는 아부하려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소공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었으므로 장차 어진 군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영에게 물었다.
“만약 소공이 다시 노나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가 현명한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에 안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소공이 계평자와 싸움을 일으킨 것은 계평자가 후소백( 昭伯)과 닭싸움을 붙었다가 불법을 한 때문입니다.옛말에 이르기를 ‘계충득실(鷄蟲得失)’이라 하여 ‘닭이 벌레를 쪼고 사람이 닭을 잡아먹으나 득실은 다 같이 작다는 뜻’으로 소공이 닭싸움으로 감정이 상해 삼환씨와 전쟁을 일으킨 것은 마치 ‘닭을 잡는데 어찌 소를 잡는 칼을 쓰겠는가(割鷄焉用牛刀).’라는 뜻과 같습니다.따라서 소공은 어리석은 사람임에 불과합니다.”
그러고 나서 안영은 그 유명한 말을 내린다.
“신이 생각하기에 소공은 노나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현군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이것은 사람이 물에 빠진 후에야 물에 빠진 원인을 알고자 하고,길을 잃은 다음에야 길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비유하건대 마치 위급함에 처해서 부랴부랴 무기를 주조하고,목구멍이 막히고 목이 마르고서야 비로소 우물을 파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빠르게 무기를 만들고 우물을 파더라도 이미 늦은 것입니다.”
임갈굴정(臨渴掘井).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판다.’라는 고사성어는 안영의 명 대답에서 나온 말.‘안자춘추’에 나오는 이 일화야말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금언인 것이다.안영은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없으면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없다고 단언하고,또한 백성을 다스리는 왕도는 배워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천성임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4-07-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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