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로베르 플라실리에르 지음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로베르 플라실리에르 지음

입력 2004-06-12 00:00
수정 200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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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역사가 베네데토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라고 했다.모든 역사는 현대의 시각에서 조명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만,좀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역사가 현대의 시각에 맞게 ‘창조’된다는 뜻이다.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서구가 근대 선진문명의 종주(宗主)가 되면서 서구문명의 뿌리인 고대 그리스의 역사도 새롭게 창조됐고,고대 그리스는 인류가 돌아가야 할 ‘이상향’이 됐다.이런 역사관은 고대 그리스 문명에 관한 숱한 환상을 낳았다.고대 그리스는 완벽한 민주주의의 전형을 제시했다.플루타르코스의 ‘영웅들’이나 스토아학파의 현인들이 보여준 것처럼 고대 그리스의 도덕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위에 있었다.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 이성의 힘을 믿는 이성주의자인 동시에 낙천주의자였다는 등….

그러나 프랑스의 역사학자 로베르 플라실리에르는 고대 그리스를 둘러싼 이런 이미지들은 ‘날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플라실리에르는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심현정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이상향이 아닌 삶의 비극과 고통이 존재하는 있는 그대로의 고대 그리스를 복원해낸다.이 책은 프랑스어 원전이 나온 지 45년만에 국내에 처음 완역 소개됐다.

책은 ‘위대한 민주정 지도자’로 추앙받는 페리클레스가 통치하던 시대 아테네의 사회상을 중점적으로 파헤친다.‘그리스 중의 그리스’로 통했던 고대 아테네는 과연 민주적인 도시였는가.저자에 따르면 고대 도시는 기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성격을 지닌다.아테네 역시 시민의 자유를 제한했고,외국인들은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됐다.

아테네는 제국주의적인 성향이 농후했다.‘지상의 제우스’ 페리클레스는 특히 노예사냥과 정복욕에 불탔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그리스인들을 엄청난 도덕군자인양 묘사했다.그러나 그보다 앞선 시대의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사람들은 한 순간 재산과 목숨이 모두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찰나적인 즐거움을 추구했으며 쾌락에만 관심을 쏟았다.”고 증언한다.이런 사회에서 노예들은 비참한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메네크라테스라는 인물의 이야기에서 보듯 의사들은 회복되면 의사의 노예가 되겠다는 계약을 맺는 경우에만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책은 이밖에 ‘군인들간의 동지애’ 형태로 시작된 고대 그리스의 동성애,특별행정관까지 둬 감독할 정도로 문란했던 여성들의 성생활,사형수를 돌로 때려 죽이는 잔인한 투석 형벌 등을 소개한다.이같은 고대 그리스,특히 아테네가 어떻게 그토록 오랜 세월 서구인들의 이상향이 돼 왔을까.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1만 7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2004-06-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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