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협상을 말하다/김기홍 지음

서희, 협상을 말하다/김기홍 지음

입력 2004-05-29 00:00
수정 2004-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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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993년,거란은 고려와 송의 관계를 트집잡아 고려를 침입했다.이에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에 항복하자는 투항론(投降論)과 서경 이북의 땅을 거란에 내어주자는 할지론(割地論)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려의 재상 서희는 이 두 의견에 반론을 제기했다.“거란이 고려를 침략한 근본 이유를 파악한 뒤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만약 항복해야 한다면 한번 싸워보고 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서희와 적장 소손녕의 7일간에 걸친 협상은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협상을 통해 강동 6주를 획득한 서희.그로 인해 평양 이남으로 국한될 뻔했던 우리 영토는 압록강변까지 확대됐고 수백만의 백성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협상의 힘이다.

‘서희,협상을 말하다’(김기홍 지음,새로운 제안 펴냄)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협상가 서희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며,오늘날 그것은 어떤 현재적 의미를 지니는가를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고려가 송·거란·여진 등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국제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고사하고 중국마저 고구려를 자기들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나섰다.또한 이라크 파병,WTO와 농산물개방,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된 문제 등 중대한 협상상황이 눈앞에 놓여 있다.저자(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시점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국가 내부의 사전협상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외부협상력의 근간은 다름 아닌 내부협상이기 때문이다.저자는 “국가간의 외부협상은 국내에서 이뤄지는 내부협상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말한다.내부협상의 요체로 저자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비판적인 여론의 활용이다.서희가 소손녕과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고려의 자주적인 시대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서희 대망론자’인 저자는 서희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능력과 대화능력,실익과 명분을 구분하는 능력 등 협상가적 덕목을 두루 갖춘 인물로 자리매김한다.1만 1900원.

김종면기자˝

2004-05-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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