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아홉번째 시집 ‘바다호수’

이시영 아홉번째 시집 ‘바다호수’

입력 2004-05-21 00:00
수정 200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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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무슨 보복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나는 그것을 밤새워 성실하게 받아 적었다.”

중견 시인 이시영(55)의 아홉번째 시집 ‘바다 호수’(문학동네 펴냄)는 이제 시인에게 시가 삶 혹은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시영 시인
이시영 시인
‘은빛 호각’을 낸 지 1년이 채 안돼 세상에 내놓은 시집에서 시인은 샘물처럼 솟아난 다양한 시상을 ‘바다’ 혹은 ‘바다의 호수’에 그윽하게 담고 있다.형식 면에서도 이전의 이야기시와 압축된 형태 모두를 자유자재로 구사,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깊고 넓은 ‘기억의 바다’에서 시인은 지난 날의 추억이라는 배에 몸을 실은 채,그동안 만났던 다양한 사람과 사연을 길어올린다.밤새 단편을 쓰다 새벽녘에 머리식히려 나와 호랑이 발자국을 봤다는 입심 강한 황석영,휘파람을 잘 분 송영,‘부용산’을 잘 불렀던 방영웅,면전에서 아무리 험한 소리를 해대도 “소줏잔을 들고 빙그레 웃기만 하던” 평론가 고(故)김현,언제나 진지하기만 한 소설을 쓰던 박태순과 송기원의 해프닝 등 많은 문인들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넉넉한 웃음을 안긴다.

그래서 시집의 주된 정조는 난로 곁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처럼 훈훈하고 아늑하다.낮에 조태일 시인과 만나 “술 취한 해가 비틀거리며 서산 허리를 꼴깍 넘어서야 끝나던”(‘낮술’) 장면,연말 정종 한 병으로 새 날을 다짐하던 송년 풍경 등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던 시절의 삽화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이 모든 사람과 풍경을 노래하는 이유를 “(…)이제는 모두 지나간 옛일/아무도 그 시절을 기억하지 않는다.”(‘청진동에서’)고 아쉬움을 담아 토로한다.

그렇지만 그 음조는 회한이나 탄식에만 젖어 있지 않다.대신 시인이 온몸으로 헤쳐온 높고 가파른 ‘시대의 격랑’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안기부나 문공부의 검열을 받아 생살같던 책이 사라지거나 반독재·민주투쟁의 선봉에 섰던 시인들이 투옥되는 풍경이 아련하게 되살아온다.

김지하의 시집 ‘타는 목마름’의 지형과 시집 1만권이 분쇄되고 말못할 수모를 당하는 장면(‘타는 목마름으로’),‘자유실천문인협의회 1백1인 선언’결의문을 읽다 잡혀가는 장면이 그 대목.시인은 이를 해학적으로 노래하는 여유마저 보인다.

또 시집 곳곳에선 선비처럼 꼿꼿하게 살아온 삶이 스며있다.“이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라 바로 저 상업의 노예들인지도 모른다.”(‘베스트 시인을 위하여’)고 경계할 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매섭고,현재형으로 들린다.

그런 시인의 이미지는 변함없이 세상을 비추는 ‘호남평야의 전봇대’에 겹쳐진다.“날 저물면 호남평야의 전봇대들은 큰 키를 수그리고 달려가 우묵한 마을부터 제일 먼저 불을 켜고 나옵니다.(…)”(‘변함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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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4-05-2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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