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화가 난다.’는 표현을 쓴다.하지만 화가 불 화(火)자임을 알고 있거나 의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화를 ‘불 화’로 쓰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일본이나 중국에선 노(怒)로 화를 대신한다.한국인의 삶의 원형을 탐구해온 김열규 교수(72·계명대 한국학연구원장)는 ‘한국인의 화’(휴머니스트 펴냄)란 에세이집을 통해 화가 어떤 속성을 지니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살핀다.
한국인은 예로부터 방에 고래를 내어 온기를 유지하는 온돌을 만들어 살아왔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마음에도 고래를 내고 산 사람들이다.여기서 고래는 구들장 밑의 불길,즉 불고래를 말한다.이같은 불기운을 타고 사는 한국인에겐 뜨거운 정이 눌어 있게 마련.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마음의 불을 다스리고 정을 가꿔가자는 것이다.서양식으로 말하면 ‘분노경영(anger management)’이다.
바람도, 물도 화를 낸다.그러나 대지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무엇이든 거둬 안고 품어준다.그래서 대지는 관용이다.어떻게 하면 마음 속 불자리에 대지의 큰 정신을 가득 담을 수 있을까.저자는 묵직한 괴석에 한 포기 난을 앉힌 문인화,아니면 화폭을 가로질러 석간수(石澗水)가 흐르는 산수화를 한 점 보라고 권한다.실낱 같아 더욱 서슬 푸른 난에 마음을 맡기다 보면 화에 상한 우리 마음에도 한줄기 삽상한 소슬바람이 일지 않을까.
책은 김치처럼 국제언어가 된 화병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내준다.1996년 국제 정신의학계는 ‘화병(hwabyung)’을 가장 한국적인 정신신경 장해증상으로 공인했다.화병은 정신적 타상이나 외상,곧 세상으로부터 입은 마음의 상처가 쌓인 것이 대부분이다.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탓하고 괴롭혀 생긴 자상(自傷)의 몫도 만만찮다.저자는 우리 사회 화병의 가장 무서운 온상 가운데 하나로 ‘일류주의’ 교육풍토를 꼽는다.
화는 참고 삭여야만 하는가.화 중엔 마땅히 터뜨려야 할 화도 있다.의분(義憤)이나 공분(公憤)에 따른 화,성취동기의 화가 여기에 속한다.저자는 “화를 내려면 만공처럼 내고,참을 때도 만공처럼 하라.”고 말한다.만공선사의 사자후처럼 서늘한 깨달음을 주는 화라면 서슴지 않고 당당히 내어야 한다.물론 화를 익살로 둔갑시킬 수 있는 지혜도 갖춰야 한다.이쯤 되면 화도 사뭇 의젓해 보이지 않을까.1만원.
김종면기자˝
한국인은 예로부터 방에 고래를 내어 온기를 유지하는 온돌을 만들어 살아왔다.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마음에도 고래를 내고 산 사람들이다.여기서 고래는 구들장 밑의 불길,즉 불고래를 말한다.이같은 불기운을 타고 사는 한국인에겐 뜨거운 정이 눌어 있게 마련.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마음의 불을 다스리고 정을 가꿔가자는 것이다.서양식으로 말하면 ‘분노경영(anger management)’이다.
바람도, 물도 화를 낸다.그러나 대지는 화를 내는 법이 없다.무엇이든 거둬 안고 품어준다.그래서 대지는 관용이다.어떻게 하면 마음 속 불자리에 대지의 큰 정신을 가득 담을 수 있을까.저자는 묵직한 괴석에 한 포기 난을 앉힌 문인화,아니면 화폭을 가로질러 석간수(石澗水)가 흐르는 산수화를 한 점 보라고 권한다.실낱 같아 더욱 서슬 푸른 난에 마음을 맡기다 보면 화에 상한 우리 마음에도 한줄기 삽상한 소슬바람이 일지 않을까.
책은 김치처럼 국제언어가 된 화병에 대해서도 적잖은 지면을 내준다.1996년 국제 정신의학계는 ‘화병(hwabyung)’을 가장 한국적인 정신신경 장해증상으로 공인했다.화병은 정신적 타상이나 외상,곧 세상으로부터 입은 마음의 상처가 쌓인 것이 대부분이다.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탓하고 괴롭혀 생긴 자상(自傷)의 몫도 만만찮다.저자는 우리 사회 화병의 가장 무서운 온상 가운데 하나로 ‘일류주의’ 교육풍토를 꼽는다.
화는 참고 삭여야만 하는가.화 중엔 마땅히 터뜨려야 할 화도 있다.의분(義憤)이나 공분(公憤)에 따른 화,성취동기의 화가 여기에 속한다.저자는 “화를 내려면 만공처럼 내고,참을 때도 만공처럼 하라.”고 말한다.만공선사의 사자후처럼 서늘한 깨달음을 주는 화라면 서슴지 않고 당당히 내어야 한다.물론 화를 익살로 둔갑시킬 수 있는 지혜도 갖춰야 한다.이쯤 되면 화도 사뭇 의젓해 보이지 않을까.1만원.
김종면기자˝
2004-04-1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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