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己卯士禍
입직 승지 윤자임의 말은 사실이었다.궁궐을 지키는 승지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한밤중에 궁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엄연한 반역행위였던 것이다.
그러나 윤자임의 질문에도 둘러선 사람들은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이보게 희강이”
윤자임은 비교적 우호적인 병조판서 이장곤을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자네가 대답하여 보게나.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러나 이장곤은 안절부절하면서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을 뿐이었다.참다못한 심정이 나서서 말하였다.
“신들은 상감마마께오서 표신으로 불러서 왔소이다.”
표신이라면.왕명으로 발부되는 야간통행증 표신으로,승정원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거늘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표신이 발부되었으니 이는 무엇을 가리키고 있음인가.
윤자임은 그 순간 깨달은 바가 있었다.
굳게 닫혀 있어야 할 영추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으며,그 문을 군중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그리고 경복궁의 중심인 근정전에는 푸른 제복을 입은 병사들이 계단아래 좌우로 정렬해 있으며 경연청에는 안팎으로 모두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경연청의 합문 안에는 여러 대신들이 촛불을 밝히고 앉아 있었다.그 대신들의 면면을 살펴본 윤자임은 오싹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모두 훈구대신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무시무시한 사화의 시작을 알리는 참화의 현장이 아닌가.
“다들 물러가시오.”
승정원의 주서(注書)인 안정(安珽)이 소리쳐 말하였다.
“이곳은 상감마마께오서 계신 편전이오.이곳에 무기를 든 군사들을 진열시킴은 어인 뜻이오.”
그러자 심정이 비웃으며 말하였다.
“상감마마의 안전을 생각하여 군사들을 시위케 하는 것이오.”
그때였다.내관 신순강(申順剛)이 나타나 말하였다.
“상감마마께오서 성운을 새로이 승지에 임명하셨소.그러니 곧 들어가 전교를 들으시오.”
내관의 말을 들은 성운이 칼을 든 채 편전으로 들어가려 하였다.이에 윤자임이 앞으로 나서 가로막고 말하였다.
“승정원이 모르는 일인데 어찌 환관의 말만 듣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오.”
윤자임이 가로막자 성운이 칼을 들어 윤자임의 가슴을 찌르며 위협하였다.
“어명을 받고 들어가려하는데 신하된 주제로 어찌 감히 앞을 막을 수 있단 말이냐.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물러가지 못하겠다면 단칼에 베어버리겠다.”
그러나 윤자임은 물러서지 아니하였다.
“정히 들어가겠다면 내 몸을 베고 들어가시오.”
안정도 성운을 막아 세우며 말하였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다하더라도 사관(史官)만은 반드시 참여시켜야 하거늘 어찌하여 단독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오.”
성운은 병조참지로 평소 무술에 뛰어난 무인이었다.그러나 죽음을 무릅쓰고 막아서는 두 사람을 차마 베지는 못하였다.성운은 관복 띠를 붙들고 문안으로 함께 들어가려는 안정을 떠밀어버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갔다.성운이 들어간 후 환관이 문지기에게 그 어떤 사람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엄명을 내린 후 곧 사라졌다.
뒤이어 근정전 뜰에는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2004-02-2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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