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소냐(24)와 카밀라(27)는 닮은 구석이 많다.타고난 가창력,이국적인 외모,넘치는 끼,그리고 가수 데뷔 후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도전 정신까지….뮤지컬 ‘페임’에서 이들이 주인공 ‘카르멘’ 역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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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
소냐는 지난 연말부터 뮤지컬배우 김소향과 함께 더블캐스트로 두달 가까이 ‘페임’ 무대에 서고 있다.여기에 오는 15일부터 카밀라가 가세해 세명의 배우가 번갈아 ‘카르멘’을 연기하게 된 것.같은 무대에서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맞붙게 된 두 사람의 심정이 궁금했다.
서울 올림픽공원안 한얼광장에 설치된 빅톱시어터 공연장에서 만난 소냐와 카밀라는 약속이나 한듯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말문을 열었다.“언니를 보면 부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예요.강하면서 부드러운 보이스는 정말 매력적이죠.게다가 예쁘고,섹시하고….특히 저 코 좀 보세요.정말 부럽지 않아요?”(소냐)
“아빠 코 닮은 건데(웃음)….소냐는 진짜 노래를 잘해요.높은 음도 가성을 쓰지 않고 쉽게 소화하는 걸 보면 참 부러워요.”(카밀라)
둘은 지난해 11월 ‘페임’연습실에서 처음 만났다.벌써 네번째 뮤지컬 무대에 서는 소냐와 달리 지난해 앨범 ‘인트로스펙트’를 내고 가수로 데뷔한 카밀라는 첫 뮤지컬 공연이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카밀라는 “소냐가 참 많이 도와줬다.”고 했고,소냐는 “언니가 몸이 예뻐서 무슨 동작이든 잘 따라했다.”며 웃었다.만난 지 얼마 안 돼 두사람은 금세 친해졌다.요즘은 하루에도 몇번씩 휴대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수다를 떨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지난 99년 가수로 데뷔한 소냐가 뮤지컬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었다.노래 실력에 반한 뮤지컬 연출자 윤호진씨가 먼저 오디션을 제의했다.뮤지컬이 뭔지도 몰랐다는 소냐는 그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OK했고,처음 선 무대가 바로 ‘페임’ 초연이었다.이후 ‘페임’이 재공연될 때마다 ‘카르멘’은 항상 소냐의 차지였다.가창력과 함께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소냐는 뮤지컬 ‘렌트’에서 주인공 ‘미미’로 열연하기도 했다.반면 카밀라는 스스로 문을 두드려 배역을 따낸 ‘자수성가’형이다.패티 김의 딸로 더 유명한 그는 가수 데뷔 이전부터 뮤지컬 무대에 대한 열망을 품었다.고교와 UCLA대학시절에는 뮤지컬동아리에서 아마추어 배우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평소 뮤지컬을 하고싶다는 얘기를 주변에 많이 했는데 어느날 뮤지컬배우 이태원씨가 ‘페임’ 오디션이 있다고 알려줬어요.너무 하고 싶어서 당장 달려갔죠.”
카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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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마음은 금방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한국어 대사였다.이탈리아계 아버지를 둔 카밀라는 한국말이 서툰 편.하지만 기죽지 않고 오히려 연출자를 설득했다.“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열심히 노력할 테니 지켜봐달라.”
하루에 7∼8시간씩 꼬박 석 달을 연습했다.엄마·이모를 붙들고 틈만 나면 대사를 주고받았다.드라마도 챙겨보고,거울을 보면서 혼자 오만가지 표정을 짓기도 했다.소냐와 김소향,두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걸 보면서 한층 의욕을 불태웠다.그리고 마침내 얼마전 연출자로부터 무대에 서도 좋다는 최종 허락을 받아냈다.
이쯤에서 소냐가 카밀라를 살짝 놀린다.“처음엔 대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지금은 아주 좋아졌죠.하하.” 춤,연기,노래 중 어떤 것이 가장 어렵냐고 묻자 둘다 서슴없이 춤을 꼽는다.카밀라는 “춤 추는 장면 전까지는 잘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소냐 역시 “우린 댄서가 아니라 가수”라는 말로 위안했다.
‘페임’은 미국 뉴욕의 예술학교 라우라디아를 배경으로 스타를 꿈꾸는 청춘남녀의 꿈과 열정을 그린 작품.소냐와 카밀라 역시 스타를 꿈꾼다는 점에서 무대 속의 ‘카르멘’과 닮았다.‘카르멘’은 남들보다 빨리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에 학교를 뛰쳐나와 방황하다 마약중독자로 전락한다.
소냐는 “초연 때는 어두운 역할로만 인식했는데 갈수록 밝은 면도 보이더라.”고 분석했다.카밀라는 “소냐의 카르멘이 강한 이미지인 반면 내가 연기하는 카르멘은 좀더 부드러운 면을 강조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냐는 지난 연말 방송국의 도움으로 20년 만에 미국에서 친아버지를 만났다.비록 아버지가 공연을 보러 한국에 오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날아갈듯 가볍다.공연이 끝나면 최근 발표한 4집 음반 홍보에 전념할 생각이다.
어머니 패티 김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다는 카밀라는 “첫 뮤지컬무대가 몹시 기다려진다.”고 했다.닮은 듯 다르고,다른 듯하면서도 닮은 두 가수 겸 뮤지컬 배우의 앞날이 주목된다.공연은 22일까지.1588-7890.
글 이순녀기자 coral@
그림 이종원기자 jongwon@˝
2004-02-1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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