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악 피해지역 베르가모시의 또다른 비극
Undertakers carry a coffin out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시의 한 묘지 입구에서 16일 장의사들이 시신이 든
관을 영구차에서 내리고 있다.
베르가모 AP 연합뉴스
베르가모 시의 한 묘지 입구에서 16일 장의사들이 시신이 든
관을 영구차에서 내리고 있다.
베르가모 AP 연합뉴스
집회 금지령으로 전통 장례식은 불법
공동묘지 폐쇄... 신부 기도만 허가
화장터, 교회묘지 앞엔 관들의 행렬
온가족 격리된 경우, 장례 없이 매장
렌초 카를로 테스타(85)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호흡 곤란을 느낀 지 일주일 만이다. 50년 함께 산 아내 프란카 스테파넬리(70)는 남편 장례를 제대로 치르고 싶었다. 하지만 테스타의 시신은 숨진 지 5일이 지난 16일까지 여전히 관 속에 있었다. 그의 관은 교회 공동묘지의 닫힌 문 앞에 줄 서 있는 수십개 중 하나였다. 스테파넬리는 “이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분노가 아닌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밀라노 동쪽, 인구 110만 명의 부유한 도시 베르가모는 이 나라에서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만 16일 기준 확진자가 344명 늘어 총 3760명이 됐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넴브로라는 시내 한 마을에서만 최근 12일 간 70명이 숨졌다. 병원은 한계에 도달했고 타지역 군의관들까지 파견을 왔다. 주민들은 베르가모를 밤길에 구급차와 운구차만 다니는 유령도시로 묘사한다.
Undertaker
이탈리아 장의사 수십명이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 기념 묘지 주차장에서 15일(현지시간) 화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베르가모(이탈리아) AP 연합뉴스
베르가모(이탈리아) AP 연합뉴스
이 나라에선 사실상 전국민이 가택 연금 상태다. 그래서 사망자 대부분은 가족이 임종하지 못한 채 병원이나 집에서 격리 중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가장 절망적인 점은 베르가모 주민들이 가족의 장례를 조문객 없이 오롯이 스스로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집회 제한으로 전통적인 장례식은 현재 불법이다. 일부 유가족들은 공동묘지에서 10명 이내의 조촐한 장례식이라도 치렀지만, 최근엔 시장이 공동묘지를 폐쇄하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rivers of hearses wait outside a cemetery to collect coffins of those who have died from coronavirus disease (COVID-19) in Bergamo
이탈리아 영구차 운전자들이 15일(현지시간)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시 기념 묘지 주차장에서 고객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중 배달시킨 피자를 받고 있다.
베르가모(이탈리아) 로이터 연합뉴스
베르가모(이탈리아) 로이터 연합뉴스
스테파넬리는 남편 테스타가 구급차를 탈 때 자신과 자식들도 자가격리 중이었다. 테스타는 간호사들이 병원으로 데려간 뒤 4일 만에 숨졌다. 가족은 가장의 사망을 전화로 통보받았다. 스테파넬리는 자신과 자녀들이 격리에서 풀려나 장례를 치를 수 있을 때까지 남편의 시신이 베르가모 교회에 보관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 전에 순서가 오면 테스타는 가족도 입회하지 못한 채 매장돼야 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