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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양안전쟁… 대만 ‘中 항공모함 킬러’ 오발탄

하마터면 양안전쟁… 대만 ‘中 항공모함 킬러’ 오발탄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7-03 22:22
업데이트 2016-07-0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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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함대함 미사일 돌연 발사… 조업 중 어선 관통해 4명 사상

中 “해협 건넜다면 응징” 발끈

대만 해군의 미사일 오발 사건이 새로 출범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 일격을 가했다. 무력 충돌을 불러올 뻔했던 이번 사건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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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군이 지난 1일 발사된 함대함 미사일 슝펑3. 연합뉴스
대만 해군이 지난 1일 발사된 함대함 미사일 슝펑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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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에 맞고 부서진 어선이 견인돼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사일에 맞고 부서진 어선이 견인돼 부두에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건은 지난 1일 오전 8시 15분에 발생했다. 대만 남부 펑후 해역에서 훈련하던 순시선 진장(江)함에서 돌연 함대함 미사일 슝펑(雄風)3이 발사돼 부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대만 어선을 관통했다. 어선 선체가 약해 다행히 폭발하지 않은 미사일은 중국 쪽으로 2분간 74㎞가량을 더 날아간 뒤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선장이 사망했고 선원 3명이 다쳤다. 해군은 “순시선 승조원(중사)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잘못 눌러 일어난 사고”라고 발표했다. 슝펑3은 대만이 중국 군함을 격파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미사일로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초음속 ‘항공모함 킬러’이다.

사고 직후 대만에서는 음모론이 꼬리를 물었다. ‘일개 중사가 어떻게 함장과 무기통제 사령관의 허락도 없이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가’에서 촉발된 의문은 ‘차이잉원 정권을 위기에 빠뜨리려는 고의적인 오발 사고’라는 음모로 발전했다.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은 아직 국민당과 유착된 대만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적 도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사일이 중국 연해까지 날아가지는 않았으나, 중국 본토 방향으로 향한 것은 사실이다.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 발사 때 작동해야 할 3중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 배후나 음모는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과 남미 방문을 마치고 2일 귀국한 차이잉원 총통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군은 사법당국의 조사에 철저히 응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잉원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미사일이 대만 해협을 건넜다면 인민해방군이 곧바로 응징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특히 대만이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관련 사실을 알려온 것을 문제 삼는다.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양안 당국자 간 핫라인이 모두 끊겨 이번처럼 사소한 실수가 전면전을 촉발할 개연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7-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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