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브라질 10세 소녀의 낙태 막는다며 신상 온라인 공개

성폭행 피해 브라질 10세 소녀의 낙태 막는다며 신상 온라인 공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8-19 08:37
업데이트 2020-08-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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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 시민단체-극우 활동가 저지른 짓으로 보여 분노 끓어

브라질에서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가진 10세 소녀의 신원 정보를 맨처음 온라인에 공개한 것으로 지모된 사라 지로미니(아래 가운데, 일명 사라 윈터)가 지난 5월 15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브라질에서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가진 10세 소녀의 신원 정보를 맨처음 온라인에 공개한 것으로 지모된 사라 지로미니(아래 가운데, 일명 사라 윈터)가 지난 5월 15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앞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성폭행을 당해 아기를 임신한 10세 소녀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돼 브라질에서 격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이 소녀가 낙태할지 모른다며 이를 막기 위해 신상을 공개했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이들은 심지어 소녀가 낙태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까지 몰려와 집회를 열었다.

사무엘 미란다 곤살베스 소아레스 판사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에 소녀의 개인 정보들을 24시간 안에 모두 지우도록 하며 만약 그렇게 안 되면 하루 5만 헤알(약 1082만원)씩 벌금을 물리겠다고 판결했다. 소녀를 유린한 용의자는 지난 12일 체포됐다. 소녀는 30대 삼촌으로부터 몇년 동안 계속 유린당했으며 생후 22주째의 몸으로 17일 고향에서 수천km 떨어진 헤시페의 한 병원에 입원해 낙태 수술로 아기를 지웠다.

브라질은 엄격하게 낙태를 금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 성폭행 피해를 당했을 때나 산모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경우, 태아가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않았거나 뇌와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이 소녀는 이미 유산해도 좋다는 법적 승인을 받았는데도 병원 앞에 몰려와 시끄러운 소음 시위를 벌여 정상적인 수술 집도를 방해했다. 병원 직원들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치는가 하면 한때 병원으로 난입하려 했지만 군경이 해산시켰다.

이에 따라 병원은 소녀를 몰래 차에 태워 옆문으로 의료진 관사로 옮겼다고 낙태 합법화 운동가들은 전했다. 카티 왓슨 BBC 남미 특파원은 소녀의 신원을 처음 공개한 이는 별명 사라 윈터로 널리 알려진 극우 활동가 사라 지로미니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라가 최초 유포자로 확인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폭력 선동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무장집단인 ‘Os 300 do Brasil’ 운동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 6월 수도 브라질리아 대법원 항의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잠깐 구금된 적이 있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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