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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라서 ‘혈연·중국·인권’ 외치다

아버지 나라서 ‘혈연·중국·인권’ 외치다

오상도 기자
입력 2015-07-26 23:54
업데이트 2015-07-2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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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오바마 케냐 방문

‘아버지의 나라’인 케냐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4일 밤(현지시간) 케냐를 찾은 오바마는 “내 이름이 ‘버락 후세인 오바마’인 데는 이유가 있다”며 아프리카와의 인연을 유독 강조했다. 그의 ‘뿌리찾기’ 방문은 2006년 상원의원 시절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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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나이로비의 카사라니 스포츠 경기장에서 방문 일정 마무리를 앞두고 행한 마지막 연설을 마친 뒤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의 젊은이들이 성취 못할 것이 없다. 케냐의 성장과 여러분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서도 “케냐 국민과 지도자들이 남녀 차별과 부패, 부족 간 다툼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케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로비 AFP 연합뉴스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나이로비의 카사라니 스포츠 경기장에서 방문 일정 마무리를 앞두고 행한 마지막 연설을 마친 뒤 청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의 젊은이들이 성취 못할 것이 없다. 케냐의 성장과 여러분의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서도 “케냐 국민과 지도자들이 남녀 차별과 부패, 부족 간 다툼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케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로비 AFP 연합뉴스
마중 나온 이복동생
마중 나온 이복동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으로 마중 나온 이복 여동생 아우마 오바마(왼쪽)를 오른손으로 포옹하고 있다.
나이로비 AP 연합뉴스


AP 등 외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하라 이남의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는 목적이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협력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혈연을 앞세워 미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중국의 손길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동시에 임기 말 ‘인권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 키워드도 ‘아프리카’ ‘중국’ ‘인권’으로 요약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아프리카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2220억 달러(약 256조원)로 같은 기간 미국·아프리카 무역액의 3배에 이른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10여년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막대한 자금을 공여해 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석유, 천연가스 등 각종 자원의 주요 공급처이자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개편하는 데 필요한 ‘배후 지원세력’이다.

또 미국과 관계가 소원하거나 중립적이어서 중국의 정치·경제 모델을 이식하기에 용이하다. 중국 외교부장들이 25년간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3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이유다. 홍콩 봉황TV는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방문이 중국과 아프리카의 밀월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NYT는 이번 방문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맺을 협정들이, 미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신항만 건설, 파이프라인 공사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5일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 2015)에 참석해 “내 아버지가 바로 이 지역 출신”이라며 감회를 밝혔다. 미국 인구 3억 2000만명 중 약 13%는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날 저녁 전용기로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복 여동생인 아우마 오바마를 방탄 리무진에 태우고 수천명의 환영 인파 사이를 행진했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잠보’를 비롯해 몇 마디 인사를 스와힐리어로 낭독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끌어냈고, 케냐 주요 언론들은 1면에 일제히 “케냐여, 내가 왔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케냐 출신의 미국 유학생을 아버지로 둔 오바마 대통령은 부모가 결혼 2년 만에 파경을 맞으면서 아버지 없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케냐 경제공무원이던 아버지는 1982년 교통사고로 현지에서 사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이란 가치를 전도하는 데도 인색하지 않았다. “미국에 사는 흑인으로서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에서 동성애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반(反)동성애 법’ 폐기를 촉구했다. 만연한 케냐의 뇌물 관행과 이웃 남수단 내전, 부룬디의 정정불안 등도 일일이 거론해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직후 동성애자에게 직접 축하전화를 거는 등 지지율을 50%까지 끌어올린 임기 말 파격 행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5-07-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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