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철군 아닌 재배치로 시간끌기”… ‘푸틴 기만전술’ 경계하는 서방

“러, 철군 아닌 재배치로 시간끌기”… ‘푸틴 기만전술’ 경계하는 서방

이재연 기자
입력 2022-03-31 01:54
수정 2022-03-3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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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진전에도 휴전까진 ‘가시밭’

땅에선 전쟁
땅에선 전쟁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위성사진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처참한 광경을 보여 준다. 4주 가까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 시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전을 펼치고 있지만 수일 내에 러시아군에 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30일 “러시아군이 시내 산부인과의 환자와 의료진 70여명을 러시아로 강제 이송했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 A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9일(현지시간) 새 안전보장 체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휴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러시아는 이날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체르니히우 공습을 하며 평화회담 의지에 의구심을 낳았다. 서방세계는 러시아가 발표한 군사활동 축소는 “철군이 아닌 재배치”라며 ‘기만전술’을 경계하고 있다.

 양국은 이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5차 회담을 가진 후 ‘평화협정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전투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측 수석대표는 국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양국 간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우크라이나가 제시한 안을 검토한 뒤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등에서의 모든 주요 과제를 이행했다”면서 러시아군 재편성의 목적은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 작전 완수”라고 강조했다. 서방의 분석대로 키이우·체르니히우 등에 집중한 전력을 재배치해 동부 돈바스로 분산시킬 가능성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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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군사활동 축소 발표를 전력 재배치를 위한 전형적인 시간 끌기 전략이거나, 서방의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에서 ‘휴전’(cease fire)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었던 데다, 돈바스 지역과 남동쪽으로 전력을 이동시켜 분단 전략의 목표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볼 때까지 어떤 것도 예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말과 행동이 있는데, 우리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둔다”고 경계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실제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로 본다”면서 “누구도 크렘린의 발표에 속아 바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비디오 연설에서 “키이우 공격을 줄이겠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믿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협상을 마친 뒤에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등에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키이우 서북부 외곽 이르핀과 체르니히우, 서부 흐멜니츠키 등에서 밤사이 러시아군의 공격이 있었으며 키이우에서도 교전이 벌어졌다.
하늘선 평화
하늘선 평화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을 맡아 온 러시아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왼쪽)가 29일(한국시간) 지구 귀환을 앞두고 우주비행사 10명이 모인 가운데 우주정거장의 지휘권을 상징하는 열쇠를 후임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토머스 마시번(오른쪽)에게 건네주고 있다. 슈카플레로프는 지휘권 이양식에서 “지구에서는 문제를 갖고 있지만 궤도에 있는 우리는 한 팀”이라고 강조했다.
NASA UPI 연합뉴스
 평화협상도 산 넘어 산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은 30일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토로 다른 누군가와 논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 향후 15년간 협의해 나가자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에 대한 반박이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집단 안보보장’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안보 보장국 중 어느 나라가 이 같은 보장에 서명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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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가 민간인을 향한 비인도주의적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CNN은 “러시아가 동부 연안을 확보한다면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국가 지위를 무너뜨리려는 열망을 포기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2022-03-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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