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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중러産 백신 접종자 입국 규제… 백신도 ‘블록화’하나

美·EU, 중러産 백신 접종자 입국 규제… 백신도 ‘블록화’하나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4-28 20:56
업데이트 2021-04-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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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남미서 중러 백신외교 차단 나서
브라질에 스푸트니크V 도입 거부 압박
러 “美 조치 지극히 정치적 결정” 비난

中과 갈등 호주도 시노백 인정 안 할 듯
EU “승인한 백신 접종자만 무격리 입국”
백신 차별·분열, 대유행 연장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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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마스크 지침 완화한 날, 직접 마스크 벗는 바이든
야외 마스크 지침 완화한 날, 직접 마스크 벗는 바이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한 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야외에서 코로나19 대응 연설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 후 백악관으로 들어갈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야외 마스크 지침 완화한 날, 직접 마스크 벗는 바이든.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2021-04-28
중국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호주인 해나는 며칠 뒤 상하이 외국인 접종소에서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 그런데 호주 정부가 백신여권(감염병 백신을 맞은 이들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증명서)을 위해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미국)와 아스트라제네카(영국)뿐이다. 중국과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시노백 제품을 인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도 다른 나라로 가려면 2주 격리를 피할 수 없다. 의사와 상의해 외국산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각국이 백신여권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백신을 인정하지 않아 ‘블록화’ 조짐이 생겨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만든 백신을 맞았느냐’에 따라 격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국가가 갈리는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유럽연합(EU) 진영’과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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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상파울루의 리베이라오 피레스에 설치된 임시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1-04-14 리베이라오 피레스 AP 연합뉴스
브라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인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상파울루의 리베이라오 피레스에 설치된 임시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1-04-14 리베이라오 피레스 A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가 감염병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스푸트니크V(러시아) 도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25일 기준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는 1430만명, 사망자는 40만명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브라질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는 러시아 백신을 포기한 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다.

올해 1월 미 보건복지부(HHS)는 연례보고서에서 “브라질에 ‘러시아 백신 도입을 거부하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백신외교’를 명분 삼아 활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스푸트니크V 측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브라질에 우리 제품 구매를 포기하라고 강요했다.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25일 NYT 인터뷰에서 “EU가 승인한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조만간 격리 없이 역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인정한 백신에 중국·러시아 백신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자국 백신을 무시하는 미국·유럽에 문을 열어 줄 리 만무하다.

문제는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백신을 골라서 맞을 형편이 못 된다는 데 있다. 미국·유럽산 백신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보니 개도국에서는 중국·러시아산 백신이 유일한 대안이다. 시노백이나 스푸트니크V를 맞은 이들이 유럽으로 가려면 ‘2주간 격리’라는 차별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미중 신냉전이 사실상 백신 선택권이 없는 전 세계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니컬러스 토머스 홍콩시립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백신 채택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분열은 의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민족주의 때문”이라며 “이러한 차별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연장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2021-04-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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