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 반정부 시위에 레바논 총리 결국 사퇴 … ‘불확실성의 사이클’ 진입

2주 연속 반정부 시위에 레바논 총리 결국 사퇴 … ‘불확실성의 사이클’ 진입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10-30 14:12
수정 2019-10-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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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13일째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29일(현지시간) 국기를 몸에 감고 생각에 잠긴듯 응시하고 있다.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13일째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29일(현지시간) 국기를 몸에 감고 생각에 잠긴듯 응시하고 있다.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주간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미셸 아운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dpa·로이터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사퇴로 15년간 지속된 내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레바논에서 새로운 정부 구성을 두고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서방과 중동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의 지원을 받았던 그가 떠남에 따라 레바논은 예측불가능한 사이클에 진입했다. 앞서 지난 1월 출범한 ‘하리리 내각’ 구성은 레바논의 복잡한 정파 및 종교적 관계 탓에 9개월이 걸렸다. 하리리 총리는 이날 대통령궁을 향하기 직전 TV 연설에서 “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며 “국가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반정부 거리 시위는 정부가 지난 17일 소셜 미디어 왓츠앱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각종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정부를 잘못 운영한 정파, 공공기금 낭비, 만연한 부패가 시위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시위로 주요 도로가 막히면서 전국이 사실상 마비됐다. 은행은 10일 이상 폐쇄됐고, 학교들도 휴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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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하리리 총리는 모든 정파에 레바논을 보호하고 경제를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기회가 있다. 나는 사퇴서를 대통령과 레바논 국민의 처분에 맡긴다”고 말했다. 그가 사퇴함에 따라 레바논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에 장악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절실한 해외투자 유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로이터가 전했다.

그가 사퇴함에 따라 아운 대통령은 의회와 논의를 거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총리를 지명해야 한다. 그의 사퇴 소식에 수도 베이루트 등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며 “레바논 국민보다 더 큰 사람은 없다”고 외치고 춤췄다고 dpa가 전했다. 또 시위대와 레바논 시아파운동 간 충돌로 6명이 다쳤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헤즈볼라 추종자들은 베이루트 중앙 순교자의 광장에 설치된 시위대들의 텐트를 강제로 철거했다. 한 헤즈볼라 추종자는 dpa에 “도로에 설치된 텐트들이 일터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막고 있다”며 “우리는 길을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연립정부의 한 축인 헤즈볼라에 참여하고 있다.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에게 축복을”라고 외쳤다. 그들은 또 국가를 부르면서 “평화” “평화”를 반복해 고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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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반정부 시위 13일째인 29일(현지시간) 남부 시돈에서 시위대가 사드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에 환호하고 있다. 시돈 AFP 연합뉴스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 13일째인 29일(현지시간) 남부 시돈에서 시위대가 사드 하리리 총리의 사임 발표에 환호하고 있다. 시돈 AFP 연합뉴스
시아파 추종자들 역시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이어진 내전에서 동서 베이루트 경계선이 된 링브리지에 설치된 텐트를 철거했다. 당시 15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12만여명이 사망했다. 국가 지도자들은 일련의 회담을 열고 국가를 정치적·재정적 위기에 몰아넣는 대치를 종식시키고했지만 시위대는 개혁 약속을 거부하고 내각 사퇴를 요구했다. 아운 대통령의 동맹인 헤즈볼라 지도자인 나스랄라는 앞서 지난 25일 혼란과 정치적 공백을 야기하는 시위대에 경고했다.

하리리는 정파들의 9개월간 치열한 협상 끝에 지난 1월 헤즈볼라 출신을 비롯한 30명의 거국내각을 구성했다. 레바논에는 18개의 종교단체가 있지만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가 정부를 떠받치고 있다. 종파간 권력 균점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총리는 수니파, 의회 의장은 시아파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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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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