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도 중국에 꿇었나…WSJ “공산당 임명주교 7명 받아들이기로”

교황도 중국에 꿇었나…WSJ “공산당 임명주교 7명 받아들이기로”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2-02 11:25
업데이트 2018-02-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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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중국 관계개선 궁여지책 vs 전체주의 정권과 거래 불가

교황청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산당이 독자적으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정식 성직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황청 내 소식통을 인용,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공산당이 임명한 중국 관영 천주교 애국회 주교 7명을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교황청이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교황을 중국 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951년 교황청과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교황청의 간섭없이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 임명하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임의로 주교 7명을 임명했고 교황청은 이들을 파문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 정부와 교황청의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 주교 7명은 가톨릭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중국 교구의 대표로 인정받게 된다.

교황청의 이런 결정은 최근 중국 기독교세가 확장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교황청을 따르는 중국 지하교회와 중국 관영 가톨릭 교회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기독교가 급격히 세를 확장하면서 중국 관영 천주교 신도가 730만여명, 지하교회 신도가 1천5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지하교회 신자들은 당국이 임명한 추기경이나 중국 정부의 간섭을 거부해 투옥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등 탄압을 견뎌왔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 노력은 교황청이 중국 내 가톨릭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8월까지 홍콩의 추기경을 지낸 존 퉁은 교황청의 이번 결정을 “차악책”이라며 반겼다.

WSJ은 교황청 내부 소식통을 인용,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주교 7명을 받아들이는 내용의 법안에 아직 서명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측에 이런 계획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으며 올봄에 정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교황청은 중국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서품한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 교구의 좡젠젠(莊建堅·88) 주교와 푸젠(福建)성 민둥(민東)교구의 궈시진(郭希錦·60) 주교에게 퇴임과 함께 천주교 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양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수교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반발도 있다.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은 “윈스턴 처칠(전 영국 총리)은 ‘전체주의 정권과 어떻게 거래할 수 있나. 전체주의 정권을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그들(중국 정부)은 정말로 신뢰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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