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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조력자도 독일 스파이 ‘008’도 파나마 로펌 고객이었다”

“CIA 조력자도 독일 스파이 ‘008’도 파나마 로펌 고객이었다”

입력 2016-04-06 11:15
업데이트 2016-04-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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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전직 스파이들 ‘모색 폰세카’ 통해 역외기업 설립”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세계 각국의 유명 스파이들도 대거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폭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5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의 비밀요원이나 조력자 등이 재직 기간 또는 은퇴 후 역외기업을 활용한 사례가 이번 문건에 잘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ICI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정보국장인 셰이크 카말 아드함, 콜롬비아의 항공정보국장을 지낸 리카르도 루비아노그로트 소장, 르완다의 첩보수장을 지낸 엠마누엘 은다히로 준장이 조세회피 자료의 출처인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고객 명단에 포함됐다.

아드함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79년까지 중동 전체를 아우르는 CIA의 주요 소식통으로 후일 미국의 은행 스캔들에 연루된 다수의 역외 기업을 운영했다.

문건에서는 정보당국의 수장 외에 흥미로운 전직 스파이들의 이름도 여럿 눈에 띈다.

‘로코 요원’(Agent Rocco)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억만장자 소크라티스 코칼리스(76)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960년대 초반 독일과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동독 비밀경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0년까지 그리스 프로축구 올림피아코스를 보유했고 현재도 그리스 최대 통신사를 소유할 정도의 갑부다.

모색 폰세카는 지난해 2월 코칼리스가 과거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다는 기사를 찾아내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는 못했다.

스페인의 악명높은 비밀요원인 프란시스코 파에사 산체스도 모색 폰세카를 통해 역외 기업 7개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주의자와 부패 경찰서장 등을 잡아들이는 과정에서 커다란 부를 축적한 그는 수백만 달러를 갖고 도피해 사망한 것처럼 위장했으나 지난 2004년 언론과 사설탐정의 추적으로 정체가 발각됐다.

스페인 언론은 2005년 그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회사들을 통해 모로코에 호텔, 카지노, 골프장을 짓고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해당 회사가 모색 폰세카를 통해 설립했다는 사실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독일 최초의 비밀요원’으로 알려진 베르너 마우스가 ‘클라우스 몰너’라는 가명으로 모색 폰세카와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해 3월 회사 측에 뒤늦게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우스는 ‘008 요원’, ‘9개의 손가락을 가진 남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100개의 범죄조직을 소탕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마우스는 지난 1966년 게릴라와 공모해 여성을 납치하고 몸값 일부를 빼돌린 혐의로 콜롬비아 당국에 기소된 적도 있다.

마우스가 모색 폰세카를 통해 파나마에 설립한 회사 중 최소 2개는 독일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의 변호사는 ICIJ에 해당 회사들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란-콘트라 사건’에서 전직 CIA 요원들에게 항공·물류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전세항공기 사업자 파하드 아지마, 사우디의 억만장자 무기중개상이자 역시 이란-콘트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 아드난 카쇼기 등 CIA를 비롯한 세계 정보기관과 협력한 인물들도 모색 폰세카를 이용했다고 ICIJ는 전했다.

실제 스파이는 아니지만 모색 폰세카 측에 자신의 회사명을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국 정보기관의 위장회사 이름인 ‘유니버셜 무역’이나 역시 007 시리즈의 영화명 또는 악당 이름을 따 ‘골드핑거’, ‘스카이폴’, ‘골든아이’, ‘옥토퍼시’로 지어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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