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힐러리’ 만들기 비화…백악관 참모들 뛰어

’정치인 힐러리’ 만들기 비화…백악관 참모들 뛰어

입력 2014-03-02 00:00
업데이트 2014-03-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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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기록물 일부 공개… ‘이미지관리·언론대응법’ 집중조언

“너무 톤을 낮추지도, 높이지도 말라” “기자들이 짜증나는 질문을 해도 여유있게 답변해라” “묻는 대로 답변하지 말라”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1990년대 중반 대통령 부인으로 있을 당시 참모들로부터 받은 조언들이다.

이는 미국 아칸소주(州) 리틀록에 위치한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이 공개한 백악관 기록물의 일부다. 도서관 측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전체 기록물 3만3천 페이지 가운데 4천∼5천 페이지 분량을 우선적으로 공개했다.

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기록물에는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간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의 정책 논의 내용은 물론 힐러리를 ‘정치인’으로 변신시키기 위한 참모들의 조언과 훈수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 “시트콤에 출연하고 인터넷 써라” = 클린턴 행정부 초기만해도 힐러리는 공화당의 표적이었다. 의료보험 개혁과 같은 당파적 이슈에 너무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갈등지향적인 인물이라는 평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참모들은 일련의 ‘이미지 변신’ 전략을 마련했다.

1995년 8월 힐러리의 공보비서인 리사 카푸토는 비서실장인 매기 윌리엄스에게 무려 16개에 달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당시 인기 시트콤인 ‘더 나은 가정(Home Improvement)에 출연하라는 제안도 있다. 영부인 역할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정치적으로나 이미지 변신 측면에서 해볼만하다는 주장이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인터넷을 써야 한다는 ‘선견지명’식 제안도 나왔다. 여성 사회운동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생일을 축하하면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들어있다. 대통령 부부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대형 파티를 열고 관련 사진을 ‘피플(People)’ 잡지에 대거 배포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 “언론인들과 친해져라” = 힐러리는 원래 언론기피증이 있었다. ‘정치인 힐러리’를 만들려는 참모들로서는 몇가지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냈다. 그중 하나는 힐러리가 매달 여성잡지의 편집장들과 만남을 갖는 것이었다. ‘팬’ 또는 ‘추종자’로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선임보좌관들로 하여금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점심 또는 저녁을 사주면서 힐러리의 성공담을 ‘각인’시켜주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는 힐러리가 ‘벙커 심리’(포탄이 쏟아질 때 머리를 내밀지 않고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머리를 수그리고 있으려는 것)에 빠져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1995년 힐러리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여성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때 기자들을 동행 취재시키자는 제안이 나왔다. 언론을 담당했던 카푸토는 당시 기자들의 성향을 ‘우호적’·’중립’·’공격적’으로 분류하고 힐러리가 참고하도록 했다.

◇ “기자회견때 짜증나도 여유있게 답변하라” = 1999년 힐러리는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적인 홀로서기를 한다. 참모인 맨디 그룬왈드는 뉴욕 기자들을 상대로 회견하려는 힐러리에게 ‘이미지’와 ‘스타일’과 관련한 조언을 해줬다.

첫번째는 “언론은 당신을 불편하게 하고 테스트를 해보려고 할 것이다. 짜증나는 질문이 나오더라도 여유있게 답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약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며 미리 답변을 준비해두라고 귀띔했다.

또 “너무 묻는 대로만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매너이기는 하지만 나쁜 정치”라고 충고했다.

힐러리는 뉴욕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 출마하는 안을 검토해왔다. 업스테이트 뉴욕의 한 농장에서 열린 모이니한 상원의원 은퇴행사에 참석하려는 힐러리에게 그룬왈드는 ‘화법’에 관한 조언을 해줬다. “친근한 어조로 붙임성있게 대화하라. 너무 수세적으로 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도서관 측은 나머지 미공개 기록물도 수주내 또는 수달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이른바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과 ‘사면 스캔들’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공개될 경우 정치적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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