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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에 질린 日 ‘하루키스트’들 열광… 열도 들썩

집단주의에 질린 日 ‘하루키스트’들 열광… 열도 들썩

입력 2013-04-13 00:00
업데이트 2013-04-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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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신작 ‘…순례의 해’ 낸 하루키 열풍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4)가 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12일 출간되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 ‘하루키스트’(하루키 팬을 칭하는 용어)들이 열광하고 있다.

도쿄 등 일본 주요 지역의 서점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책을 사려는 하루키 마니아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전 예약 주문만 50만권에 달했다. 출판사인 분게이슌주(문예춘추)는 첫날 반응에 고무돼 초판 발매량을 60만부로 늘렸다.

신작은 한 남자가 마음의 상처에서 회복해 가는 과정과 연애를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 다자키는 나고야 출신의 철도회사 남자 직원이다. 다자키는 고교 시절의 친한 친구 4명으로부터 대학 2학년 때 절교를 당한다. 큰 상처를 입은 그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점차 고통에서 회복돼 가는 여정이 책에 담겨 있다.

370쪽으로 된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순례의 해’는 헝가리 태생의 낭만파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에서 따왔다. 책 표지에는 20세기 미국 추상화가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이 사용됐다.

발매 시간인 이날 0시 이전부터 ‘하루키 독서회’를 연 도쿄 다이칸야마의 쓰타야 서점에는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늘어서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산세이도서점 도쿄 진보초 본점은 11일 밤 옥외 간판에 ‘무라카미 하루키도(堂)’라고 쓰인 패널을 부착하며 아예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일본 언론들은 발매 시간부터 주요 서점들의 ‘발매 실황’을 트위터로 생중계하는 등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NHK 등 방송사 출판담당 기자들은 신간을 구입하자마자 즉석에서 읽은 뒤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평을 하는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 하루키 열풍이 식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이번 신작이 3년 만에 나와 독자들의 관심이 절정에 달했다. 또한 갈수록 도전의식이 희박해지는 ‘우치무키’(내향화)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외국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하루키는 세계로 연결되는 ‘창’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하루키는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 봐줘 가며 일하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에 신물을 느끼며 세계를 무대로 자유롭게 소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출판 대국’의 명성이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 유명 작가의 새 책은 다시 서점으로 일본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런 차원에서 분게이슌주 출판사는 신작의 내용을 발매 이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신비주의 마케팅’을 구사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루키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문단에 데뷔한 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수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렉싱턴의 유령’,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이 있다. 이 중 ‘노르웨이 숲’은 일본에서만 1100만부, ‘1Q84’는 770만부가 판매됐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2013-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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