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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풀려난다…미·러 스파이 맞교환 합의

채프먼 풀려난다…미·러 스파이 맞교환 합의

입력 2010-07-09 00:00
업데이트 2010-07-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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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8일(현지시각) 미국내 러시아 스파이 사건과 관련, ‘스파이 맞교환’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소 냉전 시절을 상기시키며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이번 사건은 냉전 시기에 통용되던 방식으로 단 11일만에 종결됐다.

미.러 양국은 안나 채프먼 등 미국에서 활동하다 지난달 27일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 10명 전원과 러시아에서 미국.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죄로 수감돼 있던 러시아인 4명을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러시아인 4명은 핵잠수함 기술 등 군사기밀을 미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이고르 수티아긴, 영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한 혐의로 13년 형을 선고받은 세르게이 스크리팔, 알렉산더 자포로즈스키, 제나디 바실렌코 등이다.

4명 중 3명은 군인, 정보기관원 등 러시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서방 정보기관에 정보를 빼돌렸다는 죄목으로 처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송된 이들은 조만간 미국에 입국할 예정이며, 러시아 스파이 10명은 이날 중 러시아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미.러는 합의 이행을 위해 각각 ‘플리 바게닝(유죄인정 조건 형량 감경)’과 대통령 사면의 형식을 취했다.

미국 뉴욕 법원은 이날 러시아 스파이 10명이 ‘플리 바게닝’에 동의, 자신들의 유죄를 인정하자 이들이 체포된 이후 구금된 날짜 만큼만 형을 선고한 뒤 즉각적인 추방및 재입국 금지를 명령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이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자국민 수감자 4명을 사면했다고 발표하면서, ‘스파이 맞교환’의 실무는 러시아 해외정보국(FIS)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대해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가안보와 인도주의의 견지에서 신속하고 포괄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장기 구금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중차대한 국가안보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합의는 상호 공조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양국이 장기적인 법정공방과 외교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태를 정치적으로 신속히 봉합한 사례로 평가된다.

서방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대 러시아 관계 재설정(reset)’, 핵무기 감축, 이란 핵프로그램 저지, 아프간 전쟁의 보급로 유지 등과 관련,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미국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미국의 지지가 절실한 러시아가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대 러시아 외교에서 유약하다는 공화당 측의 비난이 야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달 28일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이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다른 러시아 스파이 한 명은 유럽 키프로스에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다.

한편 이날 뉴욕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러시아 스파이 10명은 외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정부를 위해 비밀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지만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돈세탁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미녀 스파이’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채프먼은 노트북을 이용, 러시아 당국과 소통했다고 진술한 뒤 ‘스파이 활동을 할 때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느냐’는 재판장의 물음에 “예, 그렇습니다. 재판장님”이라고 답했다. 그는 풀려나면 영국으로 가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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