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의 뉴 재팬] ③ 대미·아시아정책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선거혁명’을 이룬 민주당은 공약에 ‘긴밀하고 대등한 일·미 동맹관계를 만들겠다.’고 적시했다. 또 ‘주체적인 외교전략을 구축해’라는 수식어도 붙였다. 대미 ‘추종’ 으로 불릴 만큼 미국에 강하게 의존했던 ‘수직관계’의 자민당 노선으로부터의 전환이자 새로운 관계의 정립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최근 발표한 ‘나의 정치철학’에서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미국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의 대미 접근은 자민당과는 기본적으로 판이하다. 대신 유엔 중심주의 경향이 강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도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미국의 전쟁’으로 규정했다. 인도양에서 다국적군에 급유를 지원하는 해상자위대의 활동도 내년 1월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민주당의 ‘투톱’인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은 지난 2007년 8월 대표 시절 해상자위대의 급유지원에 협조를 요청하려던 토마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의 면담 제의를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오자와 대표대행은 지난 2월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 가운데) 제7함대를 제외하고는 필요없다. 공백은 일본이 책임지는 게 좋다.”며 자주방위론을 펼 정도다.
대미 경제정책 분야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재무통인 나카가와 마사하루 의원이 지난 5월 “일본 외환보유액의 투자처를 미 국채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채권으로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자 외환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미군 재편·기지 이전 다시 검토할 듯
미국의 민주당에 대한 시각은 마뜩잖다. 겉으론 하토야마 정권의 등장에 대해 “강력한 미·일 동맹, 긴밀한 양국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정권과 부딪쳐야 할 민감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약에서 밝힌 미·일 지위협정 개정, 미군 재편, 미군기지의 이전 문제 등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할 계획이다. 물론 외교전문가들은 “민주당도 대미 ‘추종’ 노선을 손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대등 관계’는 아시아 중시정책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줄곧 아시아 중시를 외쳐왔다. 세부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큰 틀의 하나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다. 동아시아지역을 중심축으로 한 경제·외교정책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통합 수위를 유럽연합(EU) 수준으로 높이는 전략이라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중국·한국·타이완·동남아국가연합을 합치면 세계 경제의 4분의1을 차지한다. 경제공동체 창설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이 추진할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와 함께 동아시아 껴안기는 일본의 대외정책 근간을 바꾸는 일대 개혁이나 마찬가지다.
hkpark@seoul.co.kr
2009-09-02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