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서 주민보호 콘크리트 시설… 미군 철수에 2년만에 철거키로
7월 초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테러 등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던 콘크리트 벽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년 넘게 바그다드 거리에 세워져있던 이 벽들을 40일 내에 예외없이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파견한 초대 이라크 최고행정관이었던 폴 브레머의 이름을 따서 ‘브레머 벽’으로 불리는 이 시설은 바그다드를 보호해왔지만 동시에 바그다드를 감옥과 같은 도시로 만들기도 했다.
2003년 정부 기관과 미 대사관 등이 밀집해 있는 ‘그린 존’에 처음 세워졌으며 2006년 말부터 시장, 은행, 주요 도로 등의 주변에 속속 들어섰다. 대부분 삭막한 회색이지만 몇몇 벽은 젊은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거나 광고지를 붙이는 용도로 사용됐다. 바그다드에는 이 벽이 없는 거리가 없을 정도가 되자 많은 이라크인들은 브레머벽을 이라크 전쟁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철거 계획은 미군 철수와 더불어 달라지는 이라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지난 1년 반 동안 테러 등이 급격히 줄어든 것과 함께 브레머벽의 철거는 이라크 보안군이 미국 도움 없이 국민들을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해주기도 한다. 지난 7월 민간인 사망자는 224명으로 전달에 373명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단적으로 지난달 31일 바그다드 한 사원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 31명이 숨졌다.
안전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도 남아 있다. 우선 바그다드 곳곳을 채우고 있는 이 벽들을 제거하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미군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철거 작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9-08-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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