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의회의장·최고사령관 사임
쿠바 혁명을 주도, 반세기동안 사회주의 쿠바를 만들고 이끌어왔던 쿠바의 최고지도자 피델 카스트로(82)가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왔다.카스트로는 19일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직과 군 최고사령관직에서 사임했다고 쿠바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카스트로가 자필서명한 성명서에서 “나는 평의회 의장직과 군 최고사령관직을 바라지도 않고 받아들일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의 유일한 바람은 한 명의 병사로서 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군 최고사령관직 외에 공산당 제1서기, 각료평의회 총리 등도 겸임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 중 당대회 등을 열어 공식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7월31일 장출혈 수술을 받은 뒤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6) 국방장관에게 국정운영을 맡겨왔다. 수술 뒤 가끔 사진과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을 뿐 공식석상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건강악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쿠바 의회는 오는 24일 개원 회의에서 새 국가평의회 의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라울 카스트로 장관이 유력하다. 전문가들은 카스트로가 권력 전면에서 은퇴하게 됨에 따라 동생 라울의 개혁정책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도 활기를 띨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는 1959년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와 함께 쿠바혁명을 통해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했다.
이후 쿠바를 공산주의의 요새이자 냉전의 발화점으로 만들었다.
그는 집권 뒤 문맹 퇴치, 국민건강보험 도입 등 복지체제 수립에 공헌을 하기도 했다.
반면 반체제 인사 수천명을 가두고 사유재산을 압수해 상당수 쿠바인들이 보트에 의지해 미국으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조장했다는 이중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8-02-20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