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쌍둥이 게릴라’ 기억하나요

‘전설의 쌍둥이 게릴라’ 기억하나요

안동환 기자
입력 2006-07-28 00:00
수정 2006-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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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얀마 정글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군복을 입은 채 궐련을 입에 문 당찬 표정의 소년과 금방이라도 울 듯한 또 다른 소년. 전설의 ‘쌍둥이 게릴라’인 루터와 조니 흐투 형제였다.

그들은 미얀마 군사정부와 맞서 싸우는 반군조직 ‘신의 군대’의 영웅이었다. 아홉살 때부터 총을 들고 전투를 벌인 소년들. 어리기만 했던 루터와 조니의 모습은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고통받는 소년 병사들의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영국 텔레그래프와 AP통신 등은 27일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인 조니가 미얀마 정부군에 항복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18세가 된 조니는 동료 8명과 함께 이달 초 태국 난민캠프를 빠져 나왔다. 지난 17일과 19일 두 팀으로 나눠 미얀마 군부에 무기를 반납하고 항복했다.

현지 언론은 “조니가 ‘가족·친지들과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형제 루터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기독교계 소수민족인 카렌족을 오랫동안 박해했다.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학살도 자행했다.

쌍둥이는 카렌족의 한 무장단체에서 총을 나르던 소년병이었다.1997년 고향 마을이 미얀마군의 공격으로 쑥대밭이 되면서 소년들은 러시아제 AK47 소총을 들었다. 아홉 살이었다. 이후 쌍둥이는 ‘총알도 피하는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으면서 ‘신의 군대’를 지휘했다. 연전연승이었다. 조직원은 한때 700명으로 늘었다.

음악을 좋아한 조니는 언론에 “총을 들 때면 조국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된 전사가 되지만 기타를 치면 너무 기분이 좋다.”며 철부지 소년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쌍둥이는 2000년 태국 라차부리 병원에서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다 동료 게릴라 10명이 사살된 후 이듬해 1월 태국군에 생포됐다.

이후 ‘신의 군대’도 거의 소멸됐다. 텔레그래프는 2년 전 루터가 난민캠프에서 결혼해 아이 아빠가 됐다는 게 이들 형제의 마지막 소식이었다고 전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2006-07-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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