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분쟁 ‘내전 속으로’

이라크 종파분쟁 ‘내전 속으로’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7-21 00:00
수정 2006-07-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라크가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밟아 첫 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2개월 만이다.

종파간 살육과 보복의 악순환이 심화되면서 하루 평균 100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상반기에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는 유엔의 추정대로라면 사실상 ‘전시 상황’인 셈이다.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4년 르완다 내전 초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르완다 내전 초기와 비슷”

1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민간인 30여명이 추가로 숨졌다. 남부 바스라에서는 미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민병대의 추적을 받아온 여성과 세 자녀가 목이 잘려 살해됐다. 정부 고용인 20여명이 바그다드의 수니파 사원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는가 하면, 중부의 오지마을에서는 종파분쟁으로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 16구가 발견됐다.

18일 공개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주권정부 출범 직전인 4월 2284명에 달했던 사망자수는 5월 2669명,6월 3149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이번주에만 120여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민병대의 공격으로 숨졌다.”면서 “종파간 폭력이 더 격해진 이달에는 사망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권력 붕괴… 총체적 혼란

치안상황이 악화되면서 출범 3개월째를 맞는 누리 알 말리키 정부에 대한 민심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시아·수니파 민병대의 전력이 이라크 보안군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만일 이라크 정부와 미국이 기대했던 평화와 안전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온건하고 세속적인 이라크인들조차 종파주의 민병대에 기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실제 60여명의 사망자를 낸 쿠파 자폭테러 직후 성난 군중이 경찰서에 몰려가 “차라리 메흐디 민병대에 치안을 넘기라.”며 돌을 던지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많은 이라크 관리들이 지금 상황을 ‘내전의 문지방’을 넘어선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 수니파 지도자 아드난 두알리미는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현실은 재앙이자 비극이며 사실상의 ‘공표되지 않은 내전’”이라고 말했다.

난민 80만명…전문직 유출도 심각

극심한 치안불안은 바그다드 등 대도시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현지 관리들은 3곳의 쿠르드 관할지역을 제외한 18개주 전체가 범죄와 종파주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고국을 등지는 이라크인들도 늘고 있다. 유엔 난민위원회에 따르면 국경을 맞댄 요르단과 시리아에 각각 45만명과 35만명의 이라크 난민들이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안에 이라크의 전문직 40%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의료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이라크의 보건의료체계는 정상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 이런 이라크 사회에 대해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총체적 붕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7-21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