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러스크 미 국부부 차관보에게 전달된 ‘무초 서한’은 1950년 7월26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 위에서 미군이 수백명의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한 바로 그 날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민간인 학살이 미국 정부와 군부의 고위층 회의에서 결정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노근리 학살 하루 전인 7월25일 밤 무초 대사를 대리해 참석한 해롤드 노블 1등서기관, 미 8사단 고위 참모, 한국 관리 등은 회의에서 사살 방침을 정했다. 회의에서는 미군 방어선에 접근하면 사살한다는 유인물의 공중 살포도 결정됐다. 이후 미군 사령부는 피란민에 대한 총격 명령을 반복해서 지시했다.
무초 대사는 러스크 차관보(훗날 국무장관)에게 “(이 전술이) 미국 내에서도 반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1982년 비밀 문서에서 해제된 무초 서한의 사본은 전 하버드 역사학자인 샤흐르 콘웨이 란츠를 통해 AP 통신이 입수한 것이다. 이 통신은 학살 행위의 정황을 보여 주는 비밀해제 문서를 19건이나 찾아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노근리 학살을 피란민 사이에 적이 숨어 있는 것을 두려워 한 병사들이 명령없이 발포한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공식 입장은 ‘비계획적 살상’이라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당시 학살 사망자가 여성과 어린이 등 400여명이라고 증언했다.
한편 노근리 학살 피해단체들은 이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이 유엔(UN)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1950∼1953년 일어난 모든 학살 행위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