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교황 마케팅’ 경쟁

명품업계 ‘교황 마케팅’ 경쟁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4-27 00:00
수정 2006-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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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을 뚫어라.”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새로운 특명이 떨어졌다. 이른바 ‘베네딕토 마케팅’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자사 제품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언론을 통해 자연스러운 광고효과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유명인사를 활용한 일종의 PP광고(간접 광고) 전략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시간) 취임 1년을 맞은 베네딕토 16세가 발빠른 마케팅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이 제품을 사용해준 덕분에 ‘대박’을 터뜨린 업체는 한 두 곳이 아니다. 이탈리아 업체들은 지리적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신발제조사 제옥스는 교황청 대변인을 설립자의 친구로 둔 덕에 교황에게 주력 제품인 땀 흡수용 특수화를 신기는 데 성공했다. 명품업체 프라다는 지난해 빨간색 구두를 신은 교황 모습이 외신을 타면서 횡재를 거둔 경우다. 구두가 프라다 제품일 것이라는 미확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이 날개돋친듯 팔렸다. 세렝게티 선글라스, 애플의 아이포드도 교황 덕에 유명세를 치렀다.

마케팅 업계는 광고모델로서 교황의 가치가 A급 배우의 100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광고컨설팅사 옴니콤의 존 앨러트 사장은 교황의 강점으로 “10억명의 가톨릭 신도로 대표되는 헌신적 추종자 집단”을 꼽았다.

그러나 위험도 만만찮다. 마케팅 요소가 교황의 종교적 존엄과 권위를 압도한다면 신도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황을 활용한 마케팅은 ‘고상함’과 ‘우아함’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생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제옥스와 세렝게티는 자사 제품을 착용한 교황의 모습이 사진기자들에 포착됐을 때 별도의 광고나 보도자료를 내는 것을 자제했다. 제옥스 관계자는 “교황이 우리 신발을 신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소파 메이커 나투치는 교황을 노골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 경우다. 이 회사는 교황이 바티칸 내부의 정원에서만 사용하는 골프 카트에 자사 가죽의자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빈축을 샀다.

이같은 ‘교황 마케팅’엔 자동차 회사들까지 가세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BMW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70년 넘게 독점하고 있는 전용차 공급권을 뺏기 위해 대대적인 로비에 돌입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바티칸이 후원한 세계 청년의 날 행사에 100대의 차량을 지원하면서 교황 전용차의 교체를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10월엔 BMW가 교황청에 최신식 방탄차량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4-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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