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르 벗는 아랍의 女權

차도르 벗는 아랍의 女權

입력 2005-05-18 00:00
수정 2005-05-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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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여성들의 차도르 속으로 여권 신장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오만, 바레인, 카타르에 이어 쿠웨이트 의회가 16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총선 투표권과 입후보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쿠웨이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44년 만이다.

●법안 통과되자 의회밖 축제분위기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순간 의회 밖에서는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며 기뻐했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밝혔다. 걸출한 여성 활동가인 로라 알 다스티는 “우리가 역사를 만들어냈다. 오늘부터 2007년 총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선거법은 셰이크 알 아흐마드 알 사바흐 국왕이 서명하는 즉시 발효되며 2주안에 관보를 통해 공표될 예정이다.

알 아흐마드 국왕은 지난 1999년 여성에게 완전한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칙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의회는 여성 참정권 허용 법안을 부결시켰고 지난 3일에도 여성의 지방의회 선거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도 저지했다. 이번에도 보수 이슬람계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로써 전체 쿠웨이트 국민 96만명 가운데 13만 9000명에 불과했던 유권자수는 33만 9000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아랍 여성 의회진출 세계 최저

쿠웨이트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다른 아랍 여성에 비해 진보적이고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권리에서는 뒤처졌다. 오만과 바레인은 2002년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고, 카타르도 2003년 여성이 총선에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은 여전히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단지 최근에서야 여성들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됐을 뿐이다.

아랍권에서는 비교적 일찍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했던 이집트에서는 오늘 9월 대선을 앞두고 여성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나왈 엘 사다위란 여성 후보는 5선을 노리는 현 무라바크(76) 대통령과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정부 때문에 고향에서도 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음달 열리는 이란 대선에는 1010명이 입후보했는데 이 중 89명이 여성 후보이다. 하지만 이란 의회는 여성들이 대선 후보로는 적합치 않다고 결론짓는 등 차별은 여전하다. 이란의 내무장관 무사비 라리도 “여성이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고위행정직은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체 아랍 여성의 절반은 문맹이며, 임산부 사망률은 라틴 아메리카의 2배, 동아시아의 4배에 이른다. 아랍 의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12.9%인 남미,21.2%인 동아시아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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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05-05-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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