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백향목 혁명’

레바논의 ‘백향목 혁명’

입력 2005-03-02 00:00
수정 2005-03-0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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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친시리아 정부가 결국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각 총사퇴로 시리아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요구하는 레바논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마르 카라미 레바논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취임 4개월 만에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 카라미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지난달 14일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암살된 지 2주 만이다. 특히 아랍 지역에서 피플 파워에 의해 내각이 물러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카라미 총리는 이날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 조사 여부 및 내각 불신임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회 특별회의 연설에서 “정부는 국가에 최선을 원하는 국민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내각 총사퇴를 선언했다.

내각 총사퇴는 의외였다. 친시리아계 집권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불신임안이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부결이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베이루트의 아메리칸대 지하드 알 카잔 정치학과 교수는 카라미 총리의 사임 결정에 대해 “불신임안이 부결될 수 있었겠지만 거리의 목소리는 이미 그들을 떠났고, 여론의 지지를 상실한 정권은 더 이상 존립의 근거도, 합법성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라후드 대통령은 카라미 총리에게 오는 5월 총선거 때까지 위기관리 내각으로 역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2주째 베이루트 시내 순교자 광장에서 정부 퇴진과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수만명의 레바논 국민들은 카라미 내각의 총사퇴 소식에 환호했다. 시위대는 “카라미는 무너졌다. 다음은 라후드(대통령)와 바샤르(시리아 대통령)”라고 외쳤다.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는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레바논 국민들이 자신들을 대변한 진정한 정부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논평했다. 미 국무부 폴라 도브리안스키 차관은 레바논의 시위를 ‘백향목 혁명’이라고 명명하고 높이 평가했다. 성경에서 평강의 상장으로 축복받고 있는 나무이자 레바논 국기에 그려져 있는 백향목을 빗댄 것이다.

한편 시리아정부는 카라미 총리 내각 사퇴는 ‘레바논 내부의 문제’라고 논평했지만 향후 레바논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카라미 내각의 총사퇴로 중동 지역에 민주화 열망이 거세질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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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2005-03-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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