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하야후루’ 주연…제20회 BIFAN 초청받아 방한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서 병든 아버지를 마지막까지 간호하고 임종을 지킨 막내딸 스즈를 기억하는 영화 팬이라면 ‘치하야후루’(2016)의 치하야가 낯설 것이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방한한 일본 배우 히로세 스즈가 최근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 ’치하야후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버지가 유명을 달리하자 이복 언니 3명과 같이 살게 된 스즈는 언니들로부터 “우리보다 어른스럽네”라는 평을 듣는다. 평소 말수가 적고 자기 할 일은 야무지게 해서다.

반면 치하야는 적극적이고 활달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교내에 없는 일본의 전통 카드경기 ‘가루타’ 동아리를 설립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세상에 어둠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인물이다. 때로는 과장된 언행을 보인다.

1년 사이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한 일본의 ‘국민 여동생’ 히로세 스즈가 한국을 찾았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치하야후루’가 초청을 받아서다.

그는 최근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연한 두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스즈를 연기하려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무심결에 나오는 표정으로 표현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영화의 치하야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캐릭터라 온몸을 움직이며 연기해야 했다”며 양 캐릭터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 “성격이 스즈와 치하야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다”면서도 “굳이 둘 중 하나를 꼽자면 스즈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캐릭터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어 위화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스즈처럼) 그렇게 어른스럽지는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의 소재인 가루타는 두 명이 시의 일부가 적힌 카드를 25장씩 바닥에 깐 뒤 낭독자가 시를 읊으면 그 시의 뒷부분이 적힌 카드를 상대방보다 먼저 쳐내 승부를 겨루는 일본의 전통 경기이다.

그는 극 중 가루타 실력이 뛰어난 치하야를 연기하기 위해 가루타 연습을 상당히 많이 했다고 한다. 전통의상인 ‘하카마’를 입고 연기해야 해서 때로 체력이 고갈되기도 했다.

고된 연습과 촬영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기초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스즈는 초등·중학교 8년간 농구 선수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때는 전국대회를 목표로 하는 팀에서 가드를 맡았다고 한다.

영화에서 치하야는 두 명의 남자와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한 명은 소꿉친구 다이치, 나머지 한 명은 전학생이자 그에게 가루타를 알려준 아라타다. 다이치는 치하야를 좋아하지만 치하야는 아라타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현실의 히로세 스즈가 마음에 끌리는 이는 다이치라고 한다.

“아라타는 구름 위에 있는 존재 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된 가루타로 이끌어준 선생님이지만, 손에 닿지 않는 세계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치하야후루’는 공교롭게도 모두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귀여운 생김새가 만화 속 캐릭터와 같아서 만화가 원작인 영화에 연이어 캐스팅된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일본에서는 워낙 만화의 인기가 많고,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 자신은 만화를 많이 읽지는 않지만,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출연하고 싶은 만화로 ‘악의 꽃’을 꼽았다.

‘악의 꽃’은 사춘기 소년 소녀의 일탈한 심리를 묘사한 만화로, 변태적·돌발적 행동들이 많이 그려져 있어 히로세 스즈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실제로 영화화될지 모르겠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 현장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며 ‘악의 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치하야후루’에는 낯익은 얼굴이 등장한다. ‘곡성’의 외지인을 연기한 쿠니무라 준이다.

그는 ‘곡성’에서 ‘꿈에 나올까 두려운’ 초현실적인 존재를 연기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한없이 인자한 가루타 코치로 분했다.

스즈는 “하나도 안 무서운 분이다. 온화하고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한국 관객들이 받은 인상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경력이 4년차인 그는 “모르는 게 많아서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는 목표가 없다”면서도 “어떤 세계이든 그 세계에 물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여러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생각을 많이 하는 이도 있다. 어떤 타입이든 그 세계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하얀색부터 까만색까지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 배우로서 모험하고 있는데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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