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너랑’ 발표…”튜바 연주자 출신 아버지 지금은 인정”

홍대광(왼쪽)<br>연합뉴스
숫기가 없어 보였고 딱히 입담도 기대되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이미지처럼 그간 선보인 음악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별 기대를 안 했던 가수가 바로 홍대광(30)이다.

최근 세 번째 미니앨범 ‘너랑’을 발표한 홍대광을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한 이미지였지만 반전 매력은 있었다. 의지와 욕심이 엿보였고, 솔직했으며, 적절한 유머 감각도 있었다.

하긴 그는 2012년 엠넷 ‘슈퍼스타K 4’의 ‘톱 4’까지 오르며 수천 명 앞에서 노래한 ‘강심장’이 아니던가.

”물론 제가 자극적인 게 없어요. 하지만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광석 선배님을 좋아하는 데 자극적이지 않은 노래와 얼굴이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전설이 됐잖아요. 자극적인 게 정답은 아니란 생각을 해요.”

’슈퍼스타K 4’ 때도 그는 처음엔 주목받지 못하는 도전자였다. 그러나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두 번이나 1등을 차지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때 진심이 통한다는 걸 알았다”고 강조했다.

가수로서 그의 장점은 얘기를 나누듯 진심을 전달하기 참 좋은 목소리란 점이다. 노래 가사가 쏙쏙 들어오는 따뜻하고 편안한 음색을 가졌다.

이번 앨범에는 목소리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도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노래들을 채웠다. 원더키드, 러반 등 방시혁 사단의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전 멜로디 위주인데 참여 작곡가들은 포인트가 강한 가사를 중요시해 심적으로 부딪히기도 했어요.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불안하기도 했죠. 하지만 완성되고 나니 마치 처음 시도한 요리를 잘 만들어 먹어보니 맛있는 느낌이었어요.”

타이틀곡 ‘너랑’은 가사의 스토리가 쏙 들어오는 미디움 템포의 팝 발라드다. 선공개곡 ‘잘 됐으면 좋겠다’도 경쾌한 미디움 템포곡으로 홍대광의 청량한 음색이 기분을 설레게 한다.

전반적으로 밝은 기운의 앨범이지만 그의 자작곡 ‘비가 내리면’의 정서는 다른 노선이다. 지난해 한 방송을 통해 입양한 유기견 탄이를 떠나보내며 만든 노래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추모곡이다.

그는 “탄이가 키운 지 1주일 만에 홍역이 걸려 결국 세상을 떠났다”며 “제가 힘든 시기였는데 탄이에게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소중한 존재가 사라지니 무너지는 마음이더라. 화장하고 돌아오는 날 정신 줄을 놓고 비 맞으며 가사를 썼는데 멜로디가 바로 붙었다”고 소개했다.

안정적인 변화를 추구했다는 강점은 있지만 이전 음반과 달리 자작곡이 한 곡 밖에 없는 건 아쉬움이다.

”아쉽지만 작업해둔 곡이 전반적으로 차분해 가을 감성이었어요. 물론 직접 곡을 만들고 부르면 제 생각과 철학이 담기니 엄청 매력이 있죠.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데미안 라이스, 스웰시즌의 글렌 핸사드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음악을 들려주는 게 목표이자 꿈이에요.”

그는 소속사가 제공해준 작업실 겸 숙소에서 꾸준히 곡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 자작곡을 만든 건 2007년 전역 후 ‘슈퍼스타K 4’에 나가기 전까지 4~5년간 홍대, 대학로, 청계천 등지에서 버스킹(거리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할 때다.

기타 하나 들고 홀로 또는 팀으로 거리에서 노래하며 대학 시절 용돈을 벌어 썼다.

”버스킹을 하면서 틈틈이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불특정 다수 앞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점차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이때 숫기가 생긴 것 같아요. 하하.”

사실 그는 ‘슈퍼스타K 4’에 도전하기 전까지 가수가 될 거라고는 1%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음악은 삶의 일부였다. 젊은 시절 튜바 연주자로 활약한 아버지가 틀어 준 비틀스 등의 음악을 5살 때부터 듣고 자랐다.

그는 “아버지가 튜바 연주자 시절 얘기를 잘 안 해주시는데 언젠가 ‘넌 연습하는 것도 아니다. 난 빵 10봉지 사서 연습 들어가면 3일간 나오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아들이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했을 때도 탐탁지 않아 하던 아버지는 그가 208만 명이 지원한 ‘슈퍼스타K 4’에서 ‘톱4’에 오르자 음악의 길을 인정해줬다.

아버지 피를 물려받았는지 악기 등 배움의 욕심은 크다고 했다.

피아노는 중학교 때부터 쳤고 기타는 전역 후부터 잡았다. 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기타를 치며 곡을 만든다. 기타 위주의 곡을 좋아해 작곡엔 기타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4개월 전부터는 첼로를 배우고 있다.

이 같은 음악에 대한 의지는 앞으로 뮤지션 홍대광의 길에 특별함을 더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는 “전 가수로서 독특한 창법도 아니고 외모도 별로”라며 “그런데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제 안에도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게 뭘까 고민해보면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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