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히라이 유튜브 한국·일본 음악 부문 총괄

“유튜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유저(user·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싸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전 세계 팬들이 ‘강남스타일’을 자유롭게 패러디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글로벌 스타가 된 거라 봅니다.”

존 히라이(48) 유튜브 한국·일본 음악 부문 총괄은 가수 싸이(박재상·35)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히라이 총괄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다음 달 1-3일 열리는 국제음악박람회 ‘뮤콘 서울 2012(MU:CON SEOUL 2012, 이하 뮤콘)’ 참석차 지난 29일 내한했다.

그는 행사 둘째 날인 다음 달 2일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서 ‘유튜브 앤 뮤직 : 베터 투게더(YouTube & Music : Better Togrther)’란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할 예정이다.

30일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히라이 총괄은 “강연 때 싸이의 성공 사례를 다룰 것”이라고 운을 뗐다.

”유명 인사들이 트위터에서 싸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싸이가 출연한 미국 TV 쇼가 방송되고 나면 유튜브에서도 (싸이의) 인기가 확 올라가거든요. 이 같은 현상을 데이터로 정리해 보여주면서 싸이의 인기가 얼마나 올라갔으며, 왜 올라갔는지를 설명할 생각입니다.”

그는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독특한 안무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다른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지금껏 전 세계에서 나온 뮤직비디오와도 차별화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춤이 그렇죠. 워낙 독특한 안무이다 보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따라 추면서 말 그대로 ‘불꽃이 번지듯’ 인기가 확산된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 팝스타들이 트위터에서 싸이 이야기를 많이 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강남스타일’은 현재 유튜브의 ‘역대 가장 많이 본 동영상’ 순위에서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베이비(Baby, 7억9천만 건)’, 제니퍼 로페즈의 ‘온 더 플로어(On the Floor, 6억1천만 건)’ 뮤직비디오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 수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약 5억9천700만 건에 이른다.

이 영상이 유튜브 역대 조회 수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묻자 히라이 총괄은 “그러면 좋겠지만, 선택은 유저(user)의 몫”이라며 재치 있게 넘겼다.

2005년 2월 개인 간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출발한 유튜브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에 힘입어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왔다.

유튜브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누리꾼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동영상은 분당 평균 700여 개(총 72시간 분량)에 이른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무려 13년간 재생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한다.

히라이 대표가 생각하는 유튜브의 성공 비결은 뭘까.

”유저 중심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요즘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죠.(웃음) 유튜브에서는 유저가 직접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고 들을 수 있고 본인이 만든 걸 업로드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유튜브의 ‘유저 중심’ 정책이 음악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음반사가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누구의 음악을 음반으로 제작할지, 물량은 얼마로 할지 말이에요. 하지만 디지털 음원 시장이 도래하면서 이젠 유저가 어떤 음악을 듣고, 살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유저 중심’으로 재편된 거죠. 그 변화의 중심에 유튜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유 사이트의 특성상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냐는 질문에는 “유튜브만의 콘텐츠 검증 기술(Contents Identification, CID)을 통해 원작자의 콘텐츠와 유사한 게 업로드되면 바로 차단, 추적, 광고 수익화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부지런히 좋은 콘텐츠를 올리다보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 K팝 가수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싸이처럼 모든 K팝 가수들이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될 순 없겠죠. 하지만 싸이가 남긴 교훈을 잘 살린다면 다른 K팝 가수들 역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한국의 여러 기획사들이 글로벌 성공 트렌드를 연구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는 ‘싸이의 교훈이 뭐냐’는 질문에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라고 말했다.

”싸이는 CID의 세 가지 옵션 중 광고수익화를 택했어요. 누구나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을 올릴 수 있되 해당 영상에 붙는 광고 수익은 싸이에게 돌아가는 게 바로 광고수익화의 개념이죠. 싸이의 선택 덕분에 ‘강남스타일’은 한 번 보고 끝내는 영상이 아니라 마치 놀이처럼 따라하고 패러디할 수 있는 영상이 됐습니다. 이런 패러디 영상이 꾸준히 화제를 만들어내면서 ‘강남스타일’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히라이 총괄은 싸이가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 뒷얘기며 인터뷰 등 부가 영상까지 유튜브에 올린 점도 ‘교훈점’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토털 패키지죠. ‘강남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다 보니 누리꾼들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거라 생각해요.”

’강남스타일’이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화제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의 이유를 꼬집어 말하긴 힘들지만, 싸이가 글로벌 프로모션에 집중하느라 일본에서는 전략적인 PR을 안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음반으로 얻는 수익은 확실히 예전만 못할 겁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콘서트나 DVD 판매 등 부가 수익을 적극 발굴한다면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유튜브의 한국 파트너들을 보면 내수 시장이 작고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많아서인지 콘서트 같은 부가 사업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일본이나 서구 음악 시장은 아직도 음반 중심의 수익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한국처럼 ‘토털 패키지’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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