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영된 KBS2 ‘꽃보다 남자’가 꽃미남 열풍을 몰고온 데 이어 KBS2 월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이 꽃미남 성균관 유생 4총사를 일컫는 ‘꽃선비(도령)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같은 시간대 경쟁작인 SBS ‘자이언트’. MBC ‘동이’에 밀려 8~9％대의 시청률에 머무르다 28일 처음 두자릿수(10.2％· AGB닐슨코리아리서치)를 기록했지만 파급력은 시청률 40％대 드라마 못지 않다. 2만장만 팔려도 대박인 드라마 OST가 11만장 팔렸고 광고 판매율도 80％대에 달한다.
완벽주의인 ‘가랑’ 이선준(믹키유천). 남장 여자인 ‘대물’ 김윤식(박민영). 거친 남성미의 ‘걸오’ 문재신(유아인). 눈치빠른 플레이보이 ‘여림’ 구용하(송중기)가 여심을 뒤흔들고 있다. 너무 잘생겨 오줌이 잘금잘금 나오는 것 같다고 해 ‘잘금4인방’으로 불린다.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원작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최근 주간베스트셀러 소설부문 1위에 올랐다.
드라마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여성포털 마이클럽. 미주지역 여성사이트인 ‘미시USA’ 등에는 드라마 열혈 마니아인 폐인을 넘어서서 ‘좀비’가 됐다고 호소하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 ‘선준앓이’. ‘걸오앓이’ 등의 제목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꽃선비들의 극중 장면을 편집해 얼굴 정면. 옆모습. 상반신. 특정 장면의 표정 등을 올리며 ‘미모’에 환호하고 있다. 유아인이 극중 가슴과 배가 드러난 장면에 대해 배에 난 털을 구렛나루에 비유한 ‘배렛나루’라는 말도 등장했다.
두 자녀를 둔 직장인 김소연(39)씨는 “요즘 ‘성스’보는 낙에 산다.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후속작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사서 5번 이상 읽었다. 드라마속 꽃미남들을 보노라면 일상의 근심걱정을 잊게 되고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고 말했다.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과 여성포털 사이트 등에는 드라마때문에 가슴설레 잠을 설친다고 호소하는 중년 여성들의 글도 줄지어 오르고 있다. 28일 방송이 나간 뒤 정주연씨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소. 내일 둘째 소풍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리 밤을 새야 하나 싶소…. 아 수면부족. 종방하면 없어지려나”라는 글을 올렸다. 극중 여주인공 박민영에 대해 이희정씨는 “박민영씨는 정녕 전생에 나라를 구한게요. 난 우리 남편 보면서 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보다 한다오”라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미시USA에도 매일 드라마 관련 글이 봇물을 이뤄 국내 여성들 못지 않은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한 여성회원이 퍼온 ‘성스좀비의 하루’가 눈길을 끌었다. 이 여성은 아침에 기상해 컴퓨터를 켜고. 공식홈페이지에 들러 화면 대여섯개를 켜두고. 유튜브로 드라마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이메일체크. 뉴스보기. 게시판 글올리기. 기사나 악플에 댓글 달기를 하고. 인터넷으로 원작과 ‘동방신기’의 CD. DVD 등을 주문한다고 일상을 전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제일기획 광고9팀 박재신 프로는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인 지위가 향상됐고 남성에 외모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상향을 밝히고 드러내는 최근 풍조와 맞닿아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덕분에 정은궐 작가의 원작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서점가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교보문고의 집계에 따르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9월 셋째주 종합베스트셀러 2위.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후속작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종합 순위 4위. 소설 분야 3위를 기록했다. 2007년 4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처음 출간된 이래 지난해 7월 개정판이 나와 지금까지 43만부 정도가 팔렸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32만부 정도 판매됐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출간한 파란미디어 박대일 대표는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책이 1.5배 정도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교보문고의 분석을 보면 최근 한달간 책의 주요 독자들이 20대 35％. 30대 30％. 40대 18％순이었다. 특히 30대는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여성 독자가 80％”라고 설명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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