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서 요즘 고민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하고 싶은 작품은 많은데. ‘내가 과연 그에 걸맞은 그릇이 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에요. 20세가 되고 나서 시야도 넓어졌고. 받아들일 게 많아지면서 연기자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이승환의 뮤직비디오 ‘꽃’으로 데뷔해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 아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더니 MBC ‘깍두기’ ‘궁S’와 SBS ‘천국의 나무’ 등에서 깜찍 발랄한 미소녀의 풋풋함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SBS ‘미남이시네요’에서는 남장여자 ‘고미남’ 역할로 중성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해 10~20대 팬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데뷔 8년 차.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감독)은 ‘도마뱀’(2006년) ‘전설의 고향’(2007년)에 이은 세 번째 영화다. 극 중에서 박신혜는 연애 대행업체 ‘시라노 에이전시’에서 걸어 다니는 연애 지식인이자 눈치 100단의 작전 요원 ‘민영’역을 맡았다.
“민영이는 연애 내공은 80％이지만. 정작 자신에게 닥친 사랑은 서툴러요. 겉으로는 털털하고 쿨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고민도 많고. 딱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죠. 사랑을 아기자기하게 요리하는 김현석 감독님의 시나리오도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애초 김현석 감독은 민정 역을 20대 후반 배우에게 맡길 요량이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박신혜가 극 중 민영의 대사 한 대목을 잘 소화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덕분(?)에 16살 차이가 나는 엄태웅과 연기 파트너가 됐고 어색한 키스신도 찍었다.
“키스신이랄 것도 없어요. 연애 코치로서 키스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시라노 에이전시’ 대표 역인 엄태웅 선배와 실습하는 장면인데요. 엄 선배의 장난으로 서로 코가 부딪힌데다 감독님이 컷 사인을 안 줘서 정말 어색했어요. ‘미남이시네요’에서 장근석 오빠랑 키스신 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죠.”
장근석 얘기가 나오자 묻지도 않았는데 박신혜는 “(장)근석 오빠랑은 팬들 사이에서 의남매로 인정받고 있어요. 광고에서 근석 오빠뿐만 아니라 김현중. 이민호 씨와 잇달아 함께 출연했더니 팬들이 저보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냐? 왜 이렇게 남자복이 많으냐?’고 질투하더라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진짜 연애 경험과 이상형은?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일 때문에 잘 안 되더라고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남자 친구에게 거의 신경을 안 썼죠. 작품을 하게 되면 친구들과도 연락을 뚝 끊어버리는 걸요. 이상형은 넓은 마음과 든든한 체격의 소유자로. 나를 다독여주는 스타일이요. 저의 아빠 같은 남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팔방미인.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도 서고파
박신혜는 팔방미인이다. 최근에는 KBS 2FM ‘나르샤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던 나르샤가 해외 스케줄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라디오 진행을 했다는 그는 “DJ가 꿈이었는데 잠깐이지만 소원 성취했죠. 팬들과 소통하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이뿐인가. 댄스 실력도 범상치 않은 데다 노래까지 잘해 드라마 OST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 그래서 가수 제의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정중히 거절했다. 20대 후반 즈음에 제의가 오면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단다.
그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스포츠광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열성팬. 이종범과 최희섭 선수를 특히 좋아한다. 게다가 광주 학강초등학교 출신으로. 친오빠가 양현종 선수와 친구 사이란다. 7년 째 동고동락하는 매니저와 쉬는 날이면 볼링. 배드민턴. 웨이크 보드를 즐긴다는 그는 기회가 되면 패러 글라이딩과 스킨 스쿠버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2년에 재학 중으로. 학업에도 열성적이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촬영할 때에는 중간고사를 보기 위해 강원도에서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가기도 했다. “현장에서 연기 실습하고 학교에서 이론 공부하는 게 즐겁고 신이 나요”라며 활짝 웃는 박신혜는 언젠가 뮤지컬. 연극 무대에도 설 것이라고 말했다.
“긴 호흡을 갖고 연기 내공을 쌓아서 도전해야죠. 참. 영화 ‘솔트’의 앤젤리나 졸리 같은 여전사 캐릭터도 하고 싶은데. 제가 욕심이 너무 많나요.”
김용습기자 snoopy@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