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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공유사회로 가는 길/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공유사회로 가는 길/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입력 2015-04-27 18:10
업데이트 2015-04-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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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인간의 소유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끝없는 소유욕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하는가 하면, 충족되지 않는 소유욕 때문에 번민하고, 부패에 연루돼 쇠고랑을 차기도 한다. 에리히 프롬은 오래전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에서 소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참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중시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라는 책도 우리에게 큰 공감을 주었다. 주택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갈망하는 소유의 대상이었다. 집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불리고자 했다. 아파트를 분양받아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아 재산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인생행로 같았다.

그런데 최근 집에 대한 소유의 관념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내 집을 꼭 마련하겠다’는 소유 의식이 2010년보다 4.6% 포인트 감소해 79.1%로 나타났다. 특히 가구주 연령이 34세 이하인 젊은 층에서는 소유하겠다는 비율이 가장 낮은 70.9%로 나타나 2010년에 비해 감소폭도 가장 크다. 주택에 대한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주거에 공유의 개념이 싹트고 있다. 공유는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하고 사용하는 경제의 한 영역이자 방식이다. 이는 장기적 경기침체, 지구환경 보호,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등의 사회적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2011년 미국 타임지가 세상을 바꿀 10가지 추세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주택이 소유의 대상에서 거주의 공간으로, 더 나아가 공유의 장으로 진화하는 모습은 큰 진전이다. 많은 사람들을 소유와 욕망의 늪에서 조금이나마 해방시켜 주고,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비용의 절감뿐 아니라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사회적기업이 셰어하우스 모델을 만들었다. 집이라는 하드웨어의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 출발했으나, 부가적으로는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의 가치와 재능까지 공유하며 공존하는 주거 문화로 발전되고 있다. 한옥 및 노후 단독주택을 임대한 후 대학생이나 외국인, 사회 초년생들인 청년 1인 가구들에 재임대하는 방식의 셰어하우스로 개인 공간 이외에도 공동 사용의 거실, 부엌, 화장실, 다락방, 마당, 옥상 등을 공유한다. 공유 공간은 거주자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개인의 지식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등의 사회 정서적 문화가 공유되면서 고차원적인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한다.

공간에 대한 공유의 개념은 단순히 집에 대한 공유로 그치지 않는다. 잠자고 있는 유휴 공간을 찾아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연결시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협업소비도 나타났다. 공간 공유의 네트워크인 셈이다. 카페 한쪽을 공부방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교육의 공간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평일에는 이용자가 적은 웨딩홀이나 펜션을 기업이나 단체에 세미나나 워크숍 공간으로 저렴하게 빌려줘 서로가 윈윈하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세대에게는 점점 소유 자체가 절대적이지 않다. 소유하여 독점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접근해 어떻게 이를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울시는 ‘공유도시’를 선언한 바 있다. 서울 같은 거대하고 각박한 도시를 공유도시라 선언하니 조금은 어색하고 의아한 느낌도 있다. 돈과 미세먼지, 소유에 대한 이기심을 줄이고 따뜻한 공유의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일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공유 서울 2기’ 정책에 따르면 2018년까지 300개의 공유기업을 육성함으로써 교통·주차, 주거 및 환경문제 등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보육비와 차량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잘 추진만 한다면 이산화탄소 감축과 일자리 창출 효과보다 더 큰 인간다운 따스함이 서울에서 느껴질 것이다. 오늘도 출근하는 길에 나는 서울의 하늘을 보았다. 온통 미세먼지와 황사가 가득하고, 푸른 하늘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우리 모두가 무소유의 경지까지는 못 가더라도 공유의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으면 저 회색빛 하늘조차 푸른 하늘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2015-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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