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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복지 100조원 시대’의 복지 현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입력 2013-03-26 00:00
업데이트 2013-03-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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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0% 이상이 ‘사회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응답했다. 불안정 사유로 불충분한 소득, 직업 불안정, 사회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비정규직 비중이 큰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확대, 소득 계층 간 심각한 교육 격차에 기인한 빈곤의 대물림 우려, 480만명에 달하는 최저생계비 미만의 절대빈곤 인구는 사회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환경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국민들의 복지 욕구 분출 원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복지 지출이 너무 적다는 비판이 많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이 9.4%여서 OECD 평균인 22.1%의 43%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퇴직금 등 민간 지출을 포함하면 우리의 복지 지출은 OECD 평균의 49%까지 증가한다. 특정 국가의 복지 지출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민부담률, 국민소득 수준, 노인인구 비중, 지출 비중이 큰 연금제도의 성숙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OECD 평균의 76%이고, 노인인구 비중이 72%, 연금 지출은 OECD 평균의 27%에 불과하다. 현재는 적으나 향후 수급자 수가 증가하면서 연금 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OECD 평균 대비 70% 정도의 복지 지출이 적절하다는 주장의 논거들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복지 지출이 증가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4∼5년의 시차가 있는 국제기구 지표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3년 중앙정부 복지예산 추정치는 이미 GDP의 9%에 달한다. 정부 재정통계 기준에 따른 97조 4000억원의 복지예산에 5조 5000억원의 주택부문 재정융자를 포함하면 복지예산이 103조원(중앙정부 총지출의 30%)으로 늘어난다. OECD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하고 주택부문을 빼면 복지예산은 121조원까지 증가한다.

복지예산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복지체감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 혜택 양극화가 주범일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집중된 공공부조와 안정된 직장 중심의 사회보험제도로 인해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다수의 취약계층은 아무런 혜택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은 전체 취업자 2500만명의 56%인 약 1400만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일용근로자, 저소득 자영자, 특수형태 근로자 상당수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실직·소득 단절 등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 정작 제도에서 빠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지출이 급증함에도 사회구성원의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OECD 국가 중 빈곤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사회보장 지출이 공평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자별 맞춤형 복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대폭 해소하겠다는 복지부의 올해 업무계획은 의미가 크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과 잠재 빈곤층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통해 빈곤정책 대상자를 414만명까지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을 가장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자를 저소득 자영자 등에게도 확대하겠다는 업무계획 역시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복지 재원의 70%가 보육, 기초노령연금 등 일부 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2013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소득상위 30%의 영·유아 보육 지원을 위해 인구 3%에 해당하는 극빈층의 의료비 2800억원이 삭감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선 복지공무원을 자살까지 하게 만든 과중한 업무부담, 즉 복지전달체계의 ‘깔때기’ 현상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복지 100조원 시대’, 늘어난 복지 지출에 걸맞은 성숙한 제도 운용이 시급한 이유들이다.

2013-03-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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