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공거사’를 뵙고 나서/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지공거사’를 뵙고 나서/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입력 2012-08-14 00:00
수정 2012-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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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학 동창들과 등산을 다녀왔다. 한 선배가 만 65세가 되면서 받은 시니어 패스(서울시 발행 교통카드)를 보여 준다. ‘지공(지하철 공짜)거사’가 되어 ‘전공노(전철 공짜 노인)’에 가입하였단다. 그 선배에게서는 결코 노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퇴직 후 하모니카를 배우기도 하고 동창들과 등산을 하며 보낸다는 말에서 현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찌 이 선배뿐이랴. 그나마 친목 모임에 나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후배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낫다. 모아 둔 것이 없이 퇴직해 하염없이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 그것을 견뎌야 하는 가족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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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요즘 문상을 가 보면 웬만하면 향년 90세 이상이다. 환갑, 칠순, 팔순도 가족끼리만 기념하는 통상의 생일이다. 그것도 젊은이들과 마찬가지의 체력이 유지되는 건강한 상태에서 오래 산다. 심지어 70대 어부가 젊은 남녀들을 연쇄살인한 사례도 있듯이, 나이로는 결코 사람의 체력과 건강을 단정할 수 없다.

최근 서울시가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어르신’이라는 말로 바꾸기로 했다. 나이 든 사람이 신체적으로 약하고 의존적이라는 편견을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상하지만, 나이를 차별의 요소로 삼지 않아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이 될 수 없듯이, 무임승차를 비롯한 특권이든 직업에서의 배제라는 차별이든 고령자를 구별하여 취급하는 제도 운영이 계속된다면, 고령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겠는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을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다. 그가 일하지 않는 부분을 다른 사람이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제적인 여가를 위한 교통비를 공적 부담으로 하는 것은 낭비를 추가한다. 오죽하면 지하철 무임승차 때문에 발생하는 한해 2000억원의 손실을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으니 중앙정부가 부담하라고 서울시장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했겠는가. 사실 고령자 무임승차는 역진적인 분배효과를 가진다.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소득과 체력이 있는 사람에게 혜택이 미친다. 차별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벌어야 하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과 병 들어 다니기 힘든 이들에게 무임승차는 그림의 떡이다.

노년 빈곤은 현실적 문제이다. 효도는 이제 과거의 역사이다. 부모를 부양하면서 과외비 등 자녀들의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했던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이 부모들에게 했던 것을 자식들에게 기대할 수 없다. 대부분 그들에게 남은 자산은 집 한 채뿐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거품 붕괴로 집의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젊은 세대마저 주택 구입을 포기하면서 집값은 더 떨어질 상황이다. 그나마 삶의 터전인 주택을 짊어지고 가기 위해서 그들은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30대에 은퇴해 40대에 돈 벌고 50대에 베푼 뒤 60대에 놀 수 있는 사람은 그 말을 했다는 장미란 선수 정도나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을 확대하는 것은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 부담을 주는 일이니 지속가능성 여부를 떠나 정당하지 못하다. 많은 고령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상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이다. 우리는 가난하고 병든 노인을 도와야 한다. 그들이 늙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 인생을 늘려 살 필요가 있다. 해고라는 차별도 무임승차의 특권도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적용하자. 지금의 제도는 남자나 여자나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하고 20대 말이면 노총각, 노처녀라는 말을 들었던 시절 평균수명이 60대이던 시기에 정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7, 8년 걸려 졸업하고 좋은 취업 자리를 위하여 스펙을 쌓느라 사회생활의 시작도 늦고 결혼도 대략 30대 중반 이후가 되는 이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고령자가 연금이나 복지에 의존하여 세월을 보내는 대신에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하철도 웬만하면 돈 내고 타게 하자. 젊은 세대의 납세 부담을 줄여주자. 지금 정년을 연장하는 혜택은 앞으로 그들도 나이 들어갈 젊은이들에게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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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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