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입헌군주제/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입헌군주제/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2-09-12 20:00
수정 2022-09-1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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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은 글자 그대로 서양 각국을 돌아보고 지은 일종의 기행문이다. 1889년 집필이 마무리된 ‘서유견문’은 서양 각국의 정치체제에도 내용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다양한 정치체제를 다루면서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체제’(君民이 共治하는 政體)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유길준은 “이 정치체제는 그 제도가 공평하여 나라의 정령과 법률을 국민의 공론에 따라 시행하니, 사람마다 의논에 참여할 수 있기에 도리어 귀찮아할 정도”라면서 “가령 만 명이나 십만 명 가운데 한 사람씩 재주와 인덕이 가장 높은 이를 천거해 임금의 정치를 돕게 하며, 국민의 권리를 지키게 한다”고 핵심 가치를 설명했다.

이런 입헌군주제 가운데는 영국의 체제가 가장 바람직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 백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꺼렸다. ‘한 나라의 정치체제는 언제나 구성원의 학식 정도에 따라 제도의 등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범14조’(洪範十四條)에도 입헌군주제적 요소가 있었다. 1895년 ‘내각관제’(內閣官制)는 ‘내각은 국무대신으로 구성하고 국무대신은 대군주폐하를 보필해 나라를 다스리는 책임을 갖는다’고 했다. 국왕이 내각회의 안건 재가를 불허하는 경우 이유를 명시하도록 국왕의 권한을 부분적으로 제약하는 내용이 있다.

1896년 창간한 ‘독립신문’은 ‘임금같이 높은 권리를 다만 나 혼자 차지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 백성이 믿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대통령을 만드는’ 미국식 공화정을 가장 우위에 두었다. 그러면서도 ‘무식한 세계에는 군주국이 도리어 민주국보다 견고함은 고금 역사와 구미 각국의 정치 형태를 보아도 알 것’이라고 했다. ‘독립신문’을 펴낸 독립협회는 이렇듯 입헌군주제를 선호하며 의회 설립 운동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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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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