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크라이나 ‘국제여단’/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크라이나 ‘국제여단’/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3-02 22:34
수정 2022-03-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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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1936년 7월 17일~1939년 4월 1일)은 파시즘과 민주 진영이 맞닥뜨린 국제 전쟁이기도 했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군부를 중심으로 한 파시즘 진영이 민주선거를 통해 집권한 좌파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자 공화파 시민군이 맞서 내전으로 번졌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15만명을 보내 프랑코를 지원했지만, 2차 세계대전 비화를 우려한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불간섭 원칙을 고수했다. 반면 나치와 불가침 조약을 추진하던 소련은 공화파 지원을 위해 700명을 독일 몰래 파병했다.

유럽 각국 군대의 발이 묶이자 좌파 지식인 등이 의용군 ‘국제여단’을 결성해 공화파 시민군과 연대해 싸웠다. 앙드레 말로,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네루다 등 지식인들과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등 남미의 젊은 혁명가들이 스페인으로 향했다. 프랑스인 1만명 등 53개 국가의 3만 2000명이 무기를 들었다. 공화파가 패배했지만 유럽의 지성과 양심을 일깨운 일이었음은 물론이다.

오웰이 스페인 내전의 경험을 통해 혁명을 가로막는 것은 공산주의란 사실을 깨닫고 소설 ‘동물농장’에 옮겼다. 종군 기자 생텍쥐페리는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病)이다. 적(敵)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고 짚었다. 알베르 카뮈는 “정의도 패배할 수 있고, 무력이 정신을 굴복시킬 수 있으며, 용기를 내도 용기에 대한 급부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바로 스페인에서”란 소감을 남겼다.

국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차 세계대전 비화를 우려해 유럽 각국이 파병을 꺼린다면 개인 자격으로 국제여단에 참여하는 일은 막지 말라고 호소했다. 영국과 캐나다, 덴마크 외무장관, 라트비아 의회가 우크라이나로 달려가는 자국민들의 출국을 막지 않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조국을 도우려고 달려오는 외국인들을 무장시키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에 캐나다인, 미국인 등이 집결하고 있다고 전한다. 일본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의용군을 모집했는데 자위대 출신 등으로 70명이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외무성은 자국민이 어떤 목적으로든 우크라이나로 가는 일은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들 자원자들이 첨단 무기로 무장한 러시아군의 파상공세에 맞서는 우크라이나군의 국제여단에 배속돼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범죄에 세계 지성과 양심이 맞서 싸우는 상징적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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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대목들 https://peacemaker.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303500069
2022-03-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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