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솔로몬과 한유총/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솔로몬과 한유총/박록삼 논설위원

박록삼 기자
입력 2019-03-04 22:16
수정 2019-03-0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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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은 강한 왕권을 휘두른 이스라엘 왕이었다. 특히 그는 인류사에서 ‘지혜의 상징’과도 같은 이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난처한 상황 속 소송 판례를 보여 주는 과거 어떤 TV 프로그램 제목이 ‘솔로몬의 선택’이었을까.

사실 유대인 입장에서 보면 그는 사후 이스라엘 왕국을 분열시킨 실패한 왕이었다. 1000명의 처첩을 둬 불성실한 지아비로, 금은보화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드러내는 등으로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 그럼에도 지혜로운 판관의 상징을 훼손하지는 못했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명재판을 남겨 둔 덕이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이니 짧게 소개하자면 두 여인이 갓난아이를 들고 와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다툴 때 솔로몬은 칼을 꺼내고서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 가지라”고 판결한다. 가짜 어미는 “왕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한 반면, 생모는 울면서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해 자연스럽게 생모를 찾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모성애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 주된 교훈이다.

3000년 지난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일부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 실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각종 지원금 및 세제 혜택을 받는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추진 뜻을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지난 4일 에듀파인 도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개학연기’를 강행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1995년 창립한 한유총은 2002년 공립단설유치원 설립,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2012년 누리과정 도입, 2017년 재정지원 확대 요구 집단휴원 예고 등 각종 집단행동으로 여러 교육정책을 무산시키곤 했다.

한유총의 ‘든든한 빽’은 바로 유치원생들이었다. 학부모들은 혹여 우리 아이가 다칠까 걱정하는 ‘솔로몬 재판 속 생모’의 심정으로 그들 편을 들어줬고, 정부는 이들과 번번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한유총의 홈페이지 소개글을 보면 ‘사랑과 정성으로 교육하여 즐거운 기억만을 갖도록 하겠다’며 사립유치원 연합체로서 믿음직스러운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치건 말건 제 이익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가짜 어미’가 누구인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쏟아지는 비난과 반대 여론,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뒤늦게 확인한 한유총은 부랴부랴 백기를 들었지만 신뢰는 이미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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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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