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8-04-13 17:56
수정 2018-04-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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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전 의원은 2010년 부인이 암 투병을 하게 되자 만사를 제치고 병간호를 했다. 그해 7·28 은평을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포기했다. 10월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둔 당권 주자들의 도와 달라는 요청에도 “내 짝도 못 챙기면서 무슨 동지와 국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집권 여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내가 누리던 권력이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자라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 아들이 여의치 않으면 며느리를 대신 정치에 뛰어들게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출마시켜 당선시키기도 한다. 가족의 후광을 입었다 해도 그들은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에 비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계속 움켜쥐고자 하는 정치인의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캐런 휴스 백악관 고문이 2002년 7월 “아들을 돌보겠다”며 고향 텍사스로 돌아가 화제가 됐다. 그는 부시의 당선 1등 공신인 칼 로브와 함께 부시 정권의 최대 실세였기에 더욱 그랬다. 부시는 2000년 대선 직전 “당신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휴스는 부시 행정부 2기에 국무부 공보차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미국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48세)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이유로 “우리 아이 세 명이 10대다. 내가 다시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라며 ‘가족’을 꼽았다. 주중에는 워싱턴에서 있다가 주말에야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기러기 가족’을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때도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치인이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 ‘흙수저’였기에 가족애가 누구보다 깊다고 한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이끌던 공화당의 유망주인 그의 정계 은퇴를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이민정책에 찬성하는 그의 소신과 트럼프의 노선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예측 불가의 트럼프에게 좌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간판 스타의 퇴진으로 당장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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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8-04-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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