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보행자 우선 주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보행자 우선 주의/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7-17 22:24
수정 2017-07-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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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중심주의를 배격, 외국 운전사 도의심 본받자’ 6·25전쟁의 참화가 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5년 어느 신문에 게재된 독자 기고의 제목이다. 기고는 “선진국에서는 보행자 우선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차량 중심이어서 보행자는 항상 ‘피하고 살피고’, 차량은 ‘자유분방하게’ 운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외국인 운전사들이 보행자들에게 길을 비켜 주는 것을 보았는데, 이 미덕을 배울 아량은 없는 것인가”라고 글을 맺는다.
1968년의 어느 신문 사설. ‘잊어서는 안 될 보행자 우선’이라는 제목의 이 사설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모두 보행자의 과실로 간주하고 운전자의 행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는 서울시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런 정책이 2017년에 발표됐다면 서울시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시장은 리콜이 될 것이다. 당시 시장은 육사 출신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김현옥이었다. 남산 1, 2호 터널을 비롯해 강변북로 건설 등 ‘불도저’란 별명답게 서울 개발을 이끌고, 차량 우선의 교통문화를 정착시킨 ‘전범’이기도 하다.

자동차 급증에 따른 교통사고, 대기 오염 등의 문제를 깨닫게 된 것은 1960, 70년대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차량 우선에서 보행자 우선의 정책으로 전환하고, 1970년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카 프리 존’이 도입됐다. 일본에서도 고도 경제성장 시대의 반성에서 보행자 우선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펴면서 2010년에는 교토가 보행자 우선을 앞세운 ‘걷는 거리, 교토’를 제정했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 시내 모든 일반도로의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60㎞로 제한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행복도시 내 제한속도를 50㎞로 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35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도심지 내 차량 제한속도를 60㎞ 이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칠레뿐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2000~2013년 인구 10만명당 5.2명)이 가장 높은 주 원인으로 ‘도시 내 높은 통행속도’가 꼽힌다.

그러나 과연 높은 통행 속도만이 보행자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일까. 반세기 전의 사설에서 봤듯 개발독재 시대에 굳어진 차량 우선의 습관이 인명 경시의 풍조와 결합해 우리의 교통문화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보행자 우선을 뿌리내리는 캠페인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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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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