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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구직 이력서/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구직 이력서/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기자
입력 2015-03-11 17:58
업데이트 2015-03-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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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퇴직하고 아들이 취직하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아버지 세대가 늘고 있다. 모 공공기관은 지난해 계약직 직원 1명을 뽑는 데 이력서가 100장 가까이 쇄도해 깜짝 놀랐다. 대학 진학률이 80% 가까운 시대에 대졸 청년이 적당한 밥벌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개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비극이다. 요즘 구직은 대기업의 공개 채용이 줄어드는 만큼 상시적인 작업이어야 한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려면 학력·경력 등이 화려해야 했지만, 요즘은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단다. 다행스럽다. 학벌이나 토익·토플 점수 등 주요 스펙들이 ‘뻥튀기’되거나 평준화돼 변별력을 잃은 탓에 자기소개서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도 싶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부터 한동안 증권·은행 등 금융회사부터 미국에서 대학·대학원을 다닌 직원들을 뽑은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립고등학교를 나온 조기 유학생 출신의 직원들은 “우리가 남이가” 식의 한국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조기 퇴사하기도 했다. 또 그들은 단순한 업무에 흥미를 못 느끼거나 야근 등의 노동 강도, 회식 문화를 견디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에는 국내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유학파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는 외국계 기업 취업을 권유한다고 한다. 거의 세계 최장인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기업에서는 우직하게 일할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은 면접관의 입장이 돼 자신의 이력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참고하면 1960년대 직장을 얻지 못한 고졸은 물론 대졸까지도 파독 광부 모집에 지원해 경쟁률이 높고 치열했는데, 그때 덕수가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었던 기준은 무엇이었나. 당시 공무원 면접관들은 애국심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에 부응한 덕분이 아니었는가. 그러니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무엇을 채우고 덜어 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구직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에서 정직하고 솔직한 자세가 중요하지만, 무엇을 더 드러내고 감춰야 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경력직은 다양한 경험과 큰 조직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잦은 이직이 서류에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에 부적응했거나 무능력해서 계약 연장이 안 됐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응모한 직군보다 스펙이 넘치는 인재가 나타나면 해당 기업에서는 더 좋은 일자리로 옮겨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에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이때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면접을 봐야 유리하다.

온라인 서류 접수는 파일에 구직자의 이름과 모집 직군을 쓰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는 탓에 지원 회사 이름도 채 수정하지 않고 내는 지원자도 있는데 100% 서류심사 탈락이다. ‘2남3녀의 장남으로’로 시작하는 1970년대식 자기소개서나 진부한 격언 인용도 안 된다. 구직자들에게 지혜와 행운이 함께하길!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3-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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